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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엘레지의 여왕’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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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7 22:57:37 수정 : 2025-04-28 00: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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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수’ 이미자(84)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한(恨)을 절절히 녹여내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는 18세 때인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뒤 ‘섬마을 선생님’ ‘여로’ ‘여자의 일생’ ‘흑산도 아가씨’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무려 66년 동안 전통가요의 뿌리를 지켜왔다. 최대 히트곡 ‘동백아가씨’는 음반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하고 35주 연속 인기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진기록을 세우며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런 공로로 2023년 대중음악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의 주인공이 됐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2013년 10월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무대에서 이미자가 ‘동백아가씨’를 부르자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 출신 교민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반백 년 가슴에 박힌 설움과 절절한 추억이 사무쳐서다. 베트남전쟁 파병 장병 위문 공연을 갔을 때도 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절정이던 2002년 평양 공연에도 참여했다. 이미자 자체가 우리 가요사이자 현대사였다.

이미자는 데뷔 30주년인 1989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려고 했지만, 대관 거부를 당했다. 전통가요는 수준이 낮아 품격 높은 공연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성사시켰는데 이것이 한국 대중가수 최초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이었다. 이미자가 그제와 어제 세종문화회관에서 마지막 개인 콘서트 고별 무대를 가졌다. 그는 “걸어온 길이 굉장히 어렵고 고달픈 일이 많았다. 저의 대(代)가 끝나면 전통가요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마음이 굉장히 외로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연을 끝으로 더 이상 새로운 콘서트도 열지 않고 레코드 발매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제가 은퇴라는 말을 안 하는 이유는 훌륭한 후배 가수들이 많은데 옛날에 어떤 노래가 어떻게 불렸을지 조언해 주는 건 있을 것 같다”고 여지는 남겼다. ‘가황’ 나훈아의 은퇴에 이어 ‘살아 있는 전설’ 이미자의 퇴장에 중장년 가요 팬들 마음이 크게 허전할 것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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