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9년 가수로 데뷔한 이후 1971년 MBC 코미디언 공채를 통해 개그우먼으로 전향한 배연정은 개그 파트너 배일집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하며 이름을 날리던 예능인이었다. 하지만 IMF 전후로 일거리가 줄어들자 그는 요식업을 시작, 제2의 인생을 걸었다.
배연정은 전국에 소머리국밥 체인점을 두고 미국에까지 진출할 정도로 잘 나갔지만 갑작스러운 통증에 병원을 찾게 됐고, 검진 결과 췌장암이라는 청천벽력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그는 췌장 18cm 중 5cm만 남겨놓고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으며 근육이 손실돼 걷기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21일 TV조선 ‘퍼펙트라이프’에는 지난 4년간 췌장암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배연정과 그의 남편 김도만 부부가 출연해 투병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상태를 전하며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연정은 “저승 문 앞까지 다녀왔다”라고 말문을 열며 “첫 신호는 등이었다”라고 알렸다. 그는 “등이랑 허리 사이가 너무 아팠는데 그냥 단순히 담이 왔다고만 생각하고 버텼다”라며 “어느 날 계산대 앞에 있는 거울에 얼굴이 비추는데 황달처럼 노랗더라. 자세히 봤더니 눈동자의 흰자가 주황색이 돌더라”라고 고백했다. 이어 “혹시나 싶어 병원에 가서 내시경, 초음파 검사를 받았더니 상급 병원으로 가라더라”라고 전했다.
배연정은 “대학병원에서 바로 수술을 하게 됐다”라며 “췌장의 머리, 몸통, 꼬리 부분에서 종양 3개가 발견됐다. 결국 5cm만 남겨놓고 췌장을 다 잘라야 했다. 간도 반을 잘랐고, 위도 반, 비장과 췌장도 잘랐다. 온몸을 리모델링했다. 장장 16시간의 대수술이었다. 회복실에서 20시간 만에 깨어났다”고 털어놔 놀라움을 안겼다.
배연정은 “다들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했다. 물을 삼키면 코로 나오고 음식을 으깨서 조금씩 넘기면 내장들이 찢어질 듯 코브라 트위스트를 췄다. 밥을 못 먹으니까 거죽만 남았다. 항상 10병 정도의 링거를 몸에 꽂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편이 나를 눕히면 배가 당겨서 남편 팔을 힘줘서 부여잡느라 남편의 팔에 멍이 남아나질 않았다. 먹지를 못 하니 근육이 녹는 듯이 손실되고 힘이 없어서 스스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투병 기간 4년 내내 남편이 나를 업고 다녔다.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남편 김도만 씨는 “당시 아내가 정상인이 아니었다. 단순한 체력 저하를 넘어 자존감도 떨어지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왔다. 사람들도 피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라고 회상하며 “아내가 방송을 일주일에 12개 정도를 하고 식당도 운영하면서 몸이 많이 상했었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이 남아나질 않아서 병에 걸린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드러냈다. 배연정 또한 “그때 너무 바쁘다 보니 밤낮이 바뀌어 생활하고 밤도 일주일씩 새고 폭식도 하고 그랬더니 암이 왔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여러 장기를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은 만큼 배연정은 건강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다. 췌장 절제로 인해 인슐린 분비가 낮아져 심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배연정은 “수술 이후부터 당뇨가 찾아왔다. 앞으로 평생 당뇨와 싸워야 한다더라. 온몸의 면역도 다 떨어졌다. 대상포진까지 오고 조금만 피로해도 바로 감기에 걸렸다.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여달라고 했었다”라며 삶을 놓고자 했던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한편 배연정의 남편 김도만 씨는 아내뿐 아니라 장모에게도 지극정성이었다. 10년째 치매를 앓고 있다는 그의 장모는 현재 95세로, 거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인데다 건강도 좋지 않아 13번이나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다는 김도만 씨는 “장모님이 곧 어머니였다”라며 결혼할 때부터 단 한 번도 장모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런 장모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직접 간병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는 “아내와 주변 사람들은 요양병원에 모시라고 하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제가 모시고 싶다”라고 밝히며 장모에 대한 진심어린 헌신을 전해 감동을 안겼다.
이에 네티즌들은 ‘진짜 가족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분’, ‘너무 따뜻한 사람이다. 자식의 개념, 남편의 개념이란 게 저런 거지’라며 응원을 보냈다.

올해 나이 72세인 배연정은 국내에서 소머리국밥 식당을 열어 대성공을 거뒀지만, 미국 진출 이후 광우병 파동과 브루셀라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에 실패하며 100억원대의 재산을 잃고 귀국했다. 그는 돌아온 후에도 소머리국밥 식당을 계속했으며 현재는 홈쇼핑을 통해서도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인기를 유지하며 명맥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배연정·김도만 부부는 슬하에 딸 2명을 두고 있으며, 현재 몸 관리에 힘쓰면서 여생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배연정은 TV조선 ‘퍼펙트라이프’,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 MBN ‘겉과 속이 다른 해석남녀’, tvN '프리한 닥터’ 등에 출연해 자신의 삶에 대해 전하며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신체와 정신의 힘듦을 몸소 경험한 만큼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의 가치를 설파하는 ‘건강 전도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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