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임명 장관들 대부분 참석
적막감 흐르자… 李 “웃으며 하자”
3시간40분간 ‘김밥 마라톤 회의’
내각 구성까지 ‘불편한 동거’ 지속
“웃으면서 합시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회의장엔 어색한 기류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대통령은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웃으면서 합시다”라고 농담을 건네며 회의를 시작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는 이날 오전 10시 국무회의를 약 10분쯤 앞두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포함,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이 대부분 착석해 이 대통령을 기다렸다. 곧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회의장에 들어섰고, 오세훈 서울시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차례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10시 정각. 이 대통령이 회의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대통령은 “앉으세요, 앉으십시오”라고 말하면서 회의장의 정적이 깨졌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묵념이 끝나고 국무회의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인 만큼 사회자에게 “진행은 행정안전부가 하느냐” “시나리오(진행 순서)나 주제를 정해놓기도 하는데, 그런 것이 특별히 없느냐”라고 물었다. 사회자가 “시작하자마자 대통령께서 첫 모두 말씀으로 회의를 시작하십니다”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발표를 하라고 시키면 되는데, 왜 안 하느냐. 진행을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참석자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의식한 듯 “조금 어색하죠. 우리 좀 웃으면서 합시다”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여러분들이 매우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어색하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고 어색하다는 표현을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에 다소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작했음에도 3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1시40분쯤에야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길어지면서 국무회의는 김밥을 겸한 ‘도시락 회의’로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의 상견례를 위해 국무회의를 빠져 나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국무회의와 관련, “김밥 한 줄이랑 물 한잔 먹으면서 회의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갑자기 회의가 너무 길어져서 점심을 먹을 여유가 없어지는 것으로 판단돼 즉석으로 점심 오찬 회의로 변경되었다”면서 “이야기가 일방적으로 만약에 대통령만 했다면 그렇게 길어지지 않았을 텐데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들도 개진하고, 문제점에 대한 대처 방안도 개진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논의들이 오가느라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차관 및 실무자들과 첫 번째 비상경제대응 TF를 진행한 바 있다. 전날에도 회의가 오후 7시30분부터 9시50분까지 1시간20분가량 진행됐다.

이재명정부 조각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윤석열정부 장관들과의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정부와 동일하게 대통령 탄핵 후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초기 국무회의에서도 박근혜정부 국무위원들과 새 정부 인사들의 불편한 동거가 이뤄진 바 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정권 출범 2일차였던 2017년 5월11일 첫 임시 국무회의가 열렸다.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고 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사퇴하면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박근혜정부 국무위원들이 대거 참석해 청와대 직제개편안 등 안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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