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의견 갈려…"혁신위서 개혁안 만들어야" vs "혁신위는 혁신 뭉개는 것"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를 계기로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방법론을 두고선 당내 계파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송언석 원내대표와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자신의 개혁안을 먼저 평가하자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치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투톱'을 향해 엇갈린 지지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조속히 구성해 김 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 개혁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후보 교체 논란에 대한 당무감사 추진 등의 내용이 골자다.
송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3선·4선 이상 의원들과 각각 간담회를 열어 혁신 방안을 논의했고, 전날에는 초·재선 의원들과 회동했다.
구 주류에 속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개혁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송 원내대표의 혁신위 안에 힘을 보태는 기류가 감지된다.
나경원 의원은 4선 이상 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혼자 (개혁안을) 발표하는 형식은 비민주적이라 생각한다"며 "개혁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어떤 주체가 어떤 절차로 할지가 중요하다. 너무 개혁 속도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곽규택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송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을 포함해 (혁신위에서) 논의하겠다는 제안을 한 셈이고, 의원들이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며 "의원들의 뜻을 모아서 (개혁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원내대표가 방향을 잘 잡았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혁신위 구성은 다음 지도부가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자신의 개혁안을 두고 당원 여론조사를 시행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새로 뽑힌 원내대표가 혁신 의지가 강하다면 즉시 개혁안을 실행하면 되는데 혁신위를 통해서 다시 공전시키겠다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당원 여론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개혁안에 대해 당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아볼 수 있고, 당원 민주주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이러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지지했다.
조경태 의원은 4선 이상 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비대위원장 혁신안을 조금 더 존중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면서 "혁신안을 당원 투표를 통해 (시행)하자는 것은 합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마음대로 띄우고 자시고 할 권한이 없고, 명백한 월권"이라며 "송 원내대표나 친윤(친윤석열)들이 알아서 사람들 끌어오지 않을까 싶은데 장담컨대 혁신위가 만들어진다면 그 혁신위는 혁신을 뭉개기 위한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의 중지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상황에서 송 원내대표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송 원내대표는 원내 의견 수렴을 거쳐 혁신위 구성 여부,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의제, 전대 전까지 지도부 구성 등을 결정해야 한다.
당헌상 특별위원회 구성은 당 대표의 권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당장 당 차원의 혁신위 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김 위원장 임기가 오는 30일 종료되고 송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으면 혁신위를 구성할 권한이 생긴다. 실제 권한을 행사해 혁신위를 구성할 경우 친한계 등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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