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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자리 잡은 뱃살…나,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토닥토닥엄마건강]

, 이슈팀

입력 : 2022-09-11 07:00:00 수정 : 2022-09-11 1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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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변화 적었지만 내장지방 2배 ‘껑충’
임신 중·단유 후 많이 먹다 급격히 찌기도
수면 부족으로 식욕 증가…‘내장지방’ 늘려
심혈관 질환 일으키는 복부비만 “관리 필요”
“앱으로 식사·운동 ‘객관적’ 체크 관리 추천”

여성은 평생 다이어트를 한다는 말이 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유지하기 위해 일생을 노력해야한다는 말인데, 출산 후엔 그 노력이 곱절로 필요한 것 같다. 체질적으로 살이 붙지 않아 육아 중에도 마르기만 하는 여성들도 간혹 있지만, 보통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살이 찐다. 의학계에선 출산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전과 같은 몸으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아무리 넓게 둘러봐도 애엄마 중엔 살이 찌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출산 후 뱃살부자가 된 37세 김모씨

 

아이 둘을 낳은 뒤 몸 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상하체 모두 한 치수씩 늘어 속옷을 싹 바꿨고, 옷도 몽땅 새로 장만해야 했다. 살을 빼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객관적으로 내 몸상태를 확인하고 싶어 지난 4월 동네 보건소에서 인바디를 측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보건소에 결혼 전 인바디 측정을 했던 기록이 남아 있었다. 뜻하지 않게 첫 출산 3년 전과 마지막 출산 3년 후 몸상태를 비교할 수 있었다. 매우 부끄럽지만 본인의 출산 전후 신체 스펙을 공개해 본다.

 

일단 몸무게 변화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60㎏를 넘은줄 알았는데 59.9㎏으로 첫자리 5를 겨우 유지했다. (만세!) 그리고 기억과 다르게 그 전에도 적게 나가진 않았다. 입사 후 잦은 술자리로 살이 쪘던 때였던 것 같다. 58.7㎏에서 59.9㎏이 되었으니 1.2㎏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골격근·체지방 무게를 나눠 살펴보면 골격근량은 21.7㎏에서 22.5㎏으로 0.8㎏ 늘었고, 체지방은 18.6㎏에서 18.5㎏로 거의 차이가 없긴 하지만 미세하게 빠졌다. 근육은 늘었지만 여전히 표준 이하, 지방은 표준 범위 내이지만 표준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체지방률은 31.6%에서 31.0%로 내려갔다. 28%까지가 체지방률 표준이므로 표준 범위는 넘는다.

 

상담선생님은 결과표의 골격근·지방분석 부분 그래프를 보며 “지금 C자를 보이고 있는데 D자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지방은 4.6㎏ 줄이고 근육을 5.4㎏ 늘리는 것이 권장수준이다. 둘 다 상당히 높은 벽으로 느껴진다.

근육의 변화를 보자. 팔, 몸통, 다리 근육이 조금씩 늘었다. 상체 근육은 표준 이하에서 표준으로 진입했다.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7년 동안 2.76㎏에서 23㎏까지 몸무게를 늘린 아이를 안아주느라 덩달아 꾸준히 근육을 키우게 됐다. 승모근, 팔, 등 근육이 고루 굵어졌다. 옷 사이즈를 올리게된 건 당연했다.

 

비만정도를 판단하는 BMI 지수는 20.3에서 20.7로 올랐다. 비만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비만에 가까워진 것이다. 복부지방이 늘었다. 복부지방률은 출산 전 표준 범위인 0.8이었으나 출산 후 표준과 그 이상의 경계선인 0.85를 밟았다.

 

그래도 여기까진 수치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틈틈이 샐러드와 두부를 찾고 요란을 떨었던 게 효과가 없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서도 드라마틱하게 변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내장지방단면적이었다. 내장지방단면적은 2013년 39.5㎠에서 올해 76.1㎠로 거의 두배가 됐다.

 

지방이 쌓이면 가장 안 좋은 부위가 내장 아닌가. 복부지방률이 표준 이상에 들고, 내장지방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어쩐지, 전에 입던 바지가 안잠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엄마를 살찌게 하는 세 차례의 고비

 

많은 연예인들이 아이를 낳고 2∼3개월 안에 늘씬한 몸을 뽐내는 화보나 사진을 공개한다. 연예매체들은 ‘출산 후에도 굴욕 없는’, ‘애엄마 맞아?’, ‘리즈시절 미모 회복’ 등 수식어를 붙인 기사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모든 여성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예인들의 화보는 출산 전부터 후까지 철저한 관리와 피나는 노력, 집중력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경우 여성들은 출산 후 몸무게가 줄어도 2∼3㎏ 정도는 회복이 안되거나, 이전보다 배에 살이 몰리는 느낌을 받는다. 엄마들은 왜 살이 찔까. 엄밀히 따지자면 출산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가정의학과)는 “출산 후 비만은 출산 자체로 인한 변화라기 보다는 출산 전 영양 과잉과 이후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등 살이 찌기 쉬운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출산 전후 비만이 되는 데는 세 번의 고비가 있다.

 

첫번째는 임신 중이다. 여성들은 임신 중 평균적으로 12㎏가량 몸무게가 늘어나고 출산 후 아기와 양수 무게 등 6㎏ 정도 빠지며 나머지는 이후 서서히 감소한다. 하지만 임신기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어 살이 찌면 당연히 노력하지 않는 이상 그냥 빠지지는 않는다. ‘아기가 먹으니 괜찮겠지’ 생각하고 양껏 먹다간 크게 후회할 수 있다.

 

두번째 고비는 모유수유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땐 엄마 몸의 순환과 에너지 대사가 매우 활발해지기 때문에 갓 입대한 이등병처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이 때는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고 뱃살도 빨리 들어가긴 하는데, 간혹 너무 많이 먹어 오히려 살이 찌는 경우도 있다.

 

진짜 주의해야하는 때는 단유 후다. 수유를 중단하면 에너지 사용이 줄기 때문에 수유할 때와 똑같이 먹으면 살이 찐다. 여기에 수유할 때 자제했던 주류와 기름지고 매운 음식을 원없이 먹기 시작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산후조리 기간 다이어트에 성공했어도 이 때 방심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마지막 고비는 아이의 신생아기다. 신생아 엄마들은 밤 잠을 잘 못잔다. 수면 부족이 비만을 부른다는 것은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감소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증가해 많이 먹게 되며, 특히 포만감이 떨어져 탄수화물을 더 많이 찾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수면 부족이 지방 중에서도 내장지방을 많이 쌓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기가 통잠을 자게 되더라도 엄마들은 예민해진 신경 때문에 이전처럼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수면 부족에 따른 비만 위험은 사실 육아기 내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많이 먹은 만큼 에너지를 쓰면 되겠지만, 육아맘은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다이어트에 있어서 육아는 지뢰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시작은 “자기 객관화”

 

김양현 교수에게 나의 인바디 전후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먼저 “인바디로는 정확한 내장지방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참고만 하고 따로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면서 “비만 치료는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BMI 지수가 똑같이 높아도 검사를 해보면 내장지방은 거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비만에 따른 별다른 질환 없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장지방이 많은 경우엔 다르다. 내장지방은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당뇨 등의 원인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 교수는 “심혈관 대사성 질환 발병과 그에 따른 위험은 내장지방의 양과 비례하게 직선으로 증가한다”며 “사망률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장지방은 40대 이상에서, 좌식생활을 오래하는 사람에게서 더 잘 쌓인다. 아직 젊더라도 수면이 부족한 육아맘이라면 내장지방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성별과 나이, 체격에 상관없이 내장지방단면적이 100㎠ 이하이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이를 넘기면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빼야하나. 다이어트에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적게 먹고 많이 쓰는 것이 진리다. 김 교수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유산소 운동이 지방 감소에 가장 효과적이며 특히 내장지방, 허리둘레 감소에 좋은 걷기운동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에너지를 먼저 쓰고 30분쯤 뒤부터 지방을 쓰기 때문에 김 교수는 “운동 시간을 천천히 늘리되 30분 이상, 주 3∼5회 꾸준히 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버거울 수 있으므로 10분씩 하루 세번 나눠 걸어도 된다. 어슬렁어슬렁 걸으면 운동이 되지 않는다. 옆사람과 대화할 때 호흡이 가쁠 정도의 강도는 유지해야 도움이 된다. 물론 적응이 된다면 걷기보단 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 교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자신이 먹는 모든 것을 기록해 식습관을 정확히 알고 만보계 어플 등으로 나의 활동량을 체크하는 것이다. 

 

그는 “비만센터를 찾는 분들 중에 ‘많이 안먹는데 이상하게 살이 찐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식사 기록을 해보면 의외로 틈틈이 많이 먹는 걸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만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살이 쪘다’ 하시는 여성분들의 경우 하루 섭취량을 1500㎉로 제한하면 살이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비만의 원인을 환경 탓, 남의 탓으로 돌리는 분들이 많은데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면서 “자신의 에너지 섭취량과 운동량, 생활습관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인바디 검사 후 ‘내장지방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해놓고 다섯달 동안 별별 핑계를 대며 다이어트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던 나는 김 교수의 ‘남 탓’ 지적에 부끄러워졌다. ‘남편이 늦게 귀가해 운동을 나갈 수 없었다’고 탓하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남편이 일찍 온 날에도 피곤하다며 스트레칭 몇 번으로 대체한 날이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겠다고 기껏 샐러드로 점심을 때우고 기사 마감 후 배가 고파 초코과자 한 봉지를 다 털어 먹은 날도 많았다.

 

유튜브를 보면 집 안에서도 꾸준한 유산소, 근력 운동으로 11자 복근, 일(一)자 쇄골을 만든 엄마들이 수두룩 하지 않던가. 환경이 이런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내가 바뀌지 않은 것은 내 탓이 맞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많이 높은 편이라 내장지방단면적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꾸준히 관리를 해야한다. 당장 지방을 4.6㎏ 줄이고 근육을 5.4㎏ 늘리는 것은 자신없다. 그래도 객관화는 해봐야겠다. 일단 식사기록 어플을 다운받아야지. 많은 반성을 하게될 것 같다. 그리고 추석은 너무 풍요로우니, 다이어트는 연휴 이후부터!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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