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통해 남편의 친부 사실 드러나면 양육비 지급해야

결혼 2년 차인 여성에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여성이 찾아와 “당신 남편의 아이를 낳았다”라고 주장하며 양육비를 요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제보자는 여성이 보내준 아이 사진을 보면 자신의 남편보다 그 여성의 전 남편과 더 닮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남편이 진짜 아버지라는 것이 드러나면 부모로서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변호사는 설명했다.
17일 YTN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양담소)에는 이 같은 내용의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남편과 결혼해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신혼생활을 즐긴 뒤 아이를 낳자고 남편과 약속해 자녀는 아직 없다.
그런데 며칠 전 일면식이 없는 여성 B씨가 A씨의 직장으로 찾아와 “당신 남편의 아이를 낳았다. 남편이 모른 척해서 어쩔 수 없이 내 남편의 아이로 출생신고했다”라고 주장했다.
유부녀인 B씨는 “친자가 아닌 게 들통 나 내 남편과 이혼했고, 이제라도 A씨 남편 아이로 (호적을) 올리고, 양육비를 달라. 안 그러면 인지 소송하고 당신 남편 직장에도 알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B씨의 전 남편이라는 남성도 “당신 남편 때문에 우리 가정이 깨졌다.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연락을 해왔다.

이에 충격을 받은 A씨는 남편으로부터 “미안하다. 몇 번 만나고 하룻밤 실수한 건 맞지만, 내 아이는 아니다. 믿어달라”는 호소를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여성이 보내 준 아이 사진을 보면 내 남편보다 그 여성의 전 남편과 더 닮은 것 같기도 하다”라며 “그들 아이로 출생신고까지 했는데 다시 내 남편의 아이가 될 수 있는 거냐”라고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들은 김선영 변호사는 먼저 ‘인지 청구’에 대해 설명했다. 인지 청구는 부 또는 모가 자신의 자녀로 인지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경우, 혼외자가 부 또는 모와 법률상 친자 관계를 형성하거나 확인받기 위해 가정법원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다만 태아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친모가 태아를 대리해서 인지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는 없다. 또 통상적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김 변호사는 “민법상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돼 있다”면서 “혼인 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 중 배우자가 제삼자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으로 출산했을 때에도 실제로 혈연관계가 없지만, 이 자녀는 법률상 배우자 자녀로 추정된다고 판단한다”며 “결국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제3의 여성이 혼인 중 자녀를 낳았으면 원칙적으로 그 법률상 배우자의 자녀로 추정되고,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의 혈연관계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친생 부인의 소로 확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즉, A씨 남편의 친생이 아니라는 부분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친생 부인의 소는 부 또는 처가 다른 일방 혹은 자녀를 상대로 해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며 “그 기간이 지나면 친생 추정의 효력을 번복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B씨와 같은 사례처럼 법률상 배우자가 있어서 그와의 사이에 출생신고를 했다면, 여성 또는 배우자가 자녀를 상대로 2년 이내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생추정을 번복한 경우에 비로소 인지 청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B씨처럼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친생 추정을 번복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지청구 소송을 할 경우 법원에서는 그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타인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 부인의 소에 의해서만 그 친생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친생 부인의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는 아무도 인지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인지청구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실익이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B씨의 경우, 이미 전 남편과의 출생신고가 돼 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기초로 해서 인지 소송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인지 청구 소송 후, 여성의 자녀가 A씨 남편의 자녀로 인지된다면 이때부터 A씨 남편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인지청구의 소 등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A씨의 남편과 제삼자의 여성의 자녀가 법률상 친자 관례를 형성하면, A 씨 남편은 그 아이에 대해 부모로서 부양 및 보호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양의무에 따르면 자녀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상대가 양육비를 청구하면 지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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