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서” 딸 성폭행한 10대 변명에 父 “한국이 아니면…”

10대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가 ‘사춘기에 따른 일탈 욕구 때문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하자, 피해자의 아버지는 “한국이 아니라면 총을 쏘고 싶다”라며 분노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 15일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16)군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A군은 지난해 9월 피해자 B양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 차례 만남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A군은 “만나주지 않으면 친구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도움을 청하려는 B양의 휴대전화를 뺏고 집안의 흉기로 위협한 후 성폭행까지 했다.

이날 공판에서 A군 측 변호인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야구선수가 꿈인 피고인은 중학교도 야구부로 진학했다. 고교도 야구선수로 1학년 때까지 했고 그 무렵 사춘기를 맞아 나쁜 선배들과 어울렸다”면서 “판결 선고까지 최대한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아보고 여의찮다면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공판에 참석한 A군의 아버지 역시 “아들도 고생하고 있고 표현을 잘 못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선처를 구했다.

반면 피해자 B양의 어머니는 “딸은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A군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B양의 아버지 또한 “아버지만 지금까지 사과하고 있고, 재판이 끝나면 A군은 도망만 친다. 한국이 아니었으면 총 쏘고 싶은 마음”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기 잘못을 실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의 자세 하나도 상처가 될 수 있다. 정말 잘못한 마음을 가지고 있자면 그걸 표현하는 것도 자기 몫”이라고 A군의 태도를 질타했다.

현화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