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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손흥민·이강인 사태에 반성 “나부터 종아리 맞아야”

입력 : 2024-02-29 15:37:04 수정 : 2024-02-29 15: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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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전 감독 “유럽에선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관계 유지”
“겸손과 배려라는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범근 ‘차범근 축구교실’ 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차범근(71)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따끔한 충고를 했다.

 

29일 오전 11시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차범근축구상은 1988년 시작돼 매년 훌륭한 활약을 펼친 한국 축구선수 꿈나무를 발굴해 시상하는 유소년 축구상이다.

 

축구 꿈나무 18명에게 상을 수여한 차범근 전 감독은 “오늘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 전 감독은 “하지만 오늘 저는 축구선수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조금은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바로 얼마 전 있었던 아시안컵 경기 중 일어난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다툼에 관한 일”이라고 말문을 텄다.

 

차 전 감독은 “요즘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국 생활의 어려움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보다는 학원에 맡겨도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무책임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선후배나 어른과 아이 같은 구분없이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동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경험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닮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축구는 동서양 문화 차이와 함께 세대 간의 격차까지 더해진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 전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현역 은퇴 후에도 유럽의 축구인들과 꾸준히 교류해왔기 때문에 서양 문화에 굉장히 익숙하다. 하지만 차 전 감독은 동양적 가치관을 중시한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겸손’이나 ‘희생’이라는 덕목을 고리타분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관계는 한국인들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며 “유럽에서 성공한 박지성 선수와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차 전 감독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후, 차두리 전 국가대표 축구팀 코치가 독일 분데스리가의 빌레펠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 당시 팀 사령탑이었던 오토 레하겔 감독은 그를 불러 “화가 나도 문을 쾅 닫지 말라”고 충고했다.

 

차 전 감독은 “오토 레하겔 그리스 대표팀 감독은 독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명장으로, 2004년에는 그리스를 유로 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지도자들도 차두리 선수에게 축구를 잘 하는 법이 아닌 사람 됨됨이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차 전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이 올바른 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겸손과 배려라는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실수로 쓰레기를 버리더라도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이를 주워 다시 아이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전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 이강인 선수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강인 선수의 부모님과 나 모두 종아리를 맞아야 한다.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이 대표팀의 주장이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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