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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농산물 신뢰 쑥쑥”… 먹거리 판매 넘어 ‘농촌경제 부활’ 씨앗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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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5 01:00:00 수정 : 2022-06-04 10: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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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부는 로컬푸드 바람

직매장 통해 생산자·소비자 직접 연결
생산정보 투명 공개·합리적 가격 장점

10년 전 첫 도입한 전북, 매장만 800곳
매출액 초기 48억→1300억 27배 성장
농산물 가공·스마트팜… 사업도 다각화

농식품부, ‘푸드플랜’ 세워 육성 지원
공공부문 공급 확대·배송 개선 과제로

전국에 로컬푸드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대신 집밥 소비가 늘어난 데다 값싼 수입 농산물에 대한 불안감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장 확대와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글로벌 농식품 공급체계가 붕괴되면서 로컬푸드는 식량 안보를 담보할 새로운 먹거리 공급체계로 주목받는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신선 농산물을 직매장을 통해 신속히 공급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유통체계다. 전북 완주군이 2012년 4월 농협, 농업인과 손잡고 용진농협에 직매장을 개설한 게 국내 시초다. 생산 이력과 생산 농민 이름을 적시하고 많게는 200종이 넘는 농약 잔류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안전성과 신뢰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최근에는 공공부문으로 공급을 확대하면서 생산 농민들이 걱정을 덜고 영농 활동에 전념하는 힘이 되고 있다. 각 지자체와 농협, 정부가 보다 체계적인 먹거리 시스템을 통해 더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농산물의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주서 씨뿌린 ‘안전한 먹거리’ 10년 새 800개 매장으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 지난 1일 저녁 전북 전주시 효천지구에 자리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찬거리 등을 고르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정부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지난달 20일 이 지역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연 이곳은 전주를 비롯해 전북지역 13개 시·군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 1900여 품목을 선보인다. 카페와 마을 부엌, 커뮤니티 공간 등을 함께 갖춰 지역민들이 먹거리를 체험하고 나눔 문화를 확산할 기회라고 방문객들은 입을 모았다.

 

인구 100만명을 돌파해 올해 1월 특례시가 된 경기도 고양시는 탄탄한 먹거리 체계로 매출액이 가장 높은 지자체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이 지역 로컬푸드 매출액은 약 737억원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고다. 관내 3500개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출하하는 직매장 누적 이용객은 무려 300만명 이상으로, 전체 주민이 1년에 3번 정도는 방문한 셈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4년 처음 개설한 이후 8년 만에 14곳으로 늘어 로컬푸드 본고장인 완주군(11곳)을 추월했다. 고양시는 서울 인접 특례시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활용해 자체 농산물 생산, 판매, 유통 체계를 갖추고 판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컬푸드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신뢰에 힘입어 해를 거듭할수록 확산세가 커지고 있다. 전북지역 직매장은 지난 10년 새 현재 완주 11곳을 포함해 40곳으로 늘었다. 초기 4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지난해 1300억원으로 27배 증가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전국 로컬푸드 직매장 또한 지난해 말 현재 140개로 집계됐다. 민간(189개)과 농협(611개)이 운영하는 곳을 포함하면 총 800개나 된다. 이런 매장은 2018년에만 해도 229개였던 것이 이듬해 469개로 2배 늘었고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554개로 더욱 증가했다.

 

◆숍인숍으로 승수효과… 체험·교육하는 ‘복합문화센터’ 진화

 

유통 방식과 판매장 구축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완주군은 로컬푸드가공센터 두 곳을 잇달아 건립했다. 농가는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이곳으로 가져와 건조, 가공하는 방식으로 장아찌, 분말, 잼 등을 만들어 직매장에 납품해 부가가치를 2∼3배 높인다.

 

지난해 1월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 개장한 동김제농협 로컬푸드 2호점은 신축한 농협하나로마트에 ‘숍인숍(매장 내 점포)’ 형태로 개점해 승수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지역 청년협동조합이 운영을 맡은 이곳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과일 등을 이용해 다과류를 만들어 파는 카페와 출하 농가들이 인절미, 잼류, 압화 공예품 만들기 등 20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체험장을 함께 운영한다.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소비자단체와 함께 식문화 교육을 하며, 인근 농협 유휴 토지에는 가족 텃밭을 만들어 안전한 농산물을 가꾸고 잉여분을 따로 판매할 기회를 제공한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농가에는 온라인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홍보하고 판촉을 돕는다. 이에 힘입어 하나로마트 매출은 로컬푸드 매장이 입점하기 전인 2020년 2억원에서 지난해 60억원으로 30배 증가했다.

 

경기 남양주 진접농협도 지난해 7월 연평 하나로마트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숍인숍 형태로 구축해 발길을 불러 모은다. 지난해 총매출은 29억1100여만원, 독립매장으로 개장한 2016년 8억1500여만원보다 3.5배 늘었다. 이곳 출하 농가는 총 184명인데, 이 중 출하 금액이 3000만원이 넘는 농가가 34명, 1억원 이상도 2명이나 된다. 매출 증가는 진접농협 경영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기존에는 매년 1억∼2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로컬푸드 직매장을 함께 운영한 지난해는 1억400만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전북 전주 혁신도시에 자리한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싱싱한 채소류를 고르고 있다. 전주=김동욱 기자

충남 천안시 농축협은 지난 4월 백석동에 직매장 11곳을 통합해 모든 농·축협 조합원이 출하할 수 있는 광역 로컬푸드 직매장을 만들어 임시 개장했다. 판매장과 농가 레스토랑을 구축하고 직매장연합회도 결성해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관리와 순회수집 지원, 직매장별 수급 조절 등을 한다. 박호진 동천안농협 과장은 “로컬푸드 매장 광역화로 품목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잉여 농산물을 소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남 화순에는 판매장과 함께 유리온실에 농산물 정원을 갖춘 로컬푸드 스마트팜 도농상생센터를 개장했다. 농산물 정원에서는 파프리카, 콜리플라워 등 채소부터 거봉포도, 한라봉 등 다양한 과수가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다. 커피나무가 자라는 커피숲과 다양한 모종, 화훼용품 등을 갖춘 판매장도 있다. 서병연 도곡농협 조합장은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조합원들이 직접 재배하는 품목을 유리온실에 가져다 심고 보살핀다”며 “그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농촌경제 새 주춧돌, 푸드플랜으로 중소농 보호”

 

로컬푸드는 이제 단순히 지역 먹거리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중소농을 보호하며, 소멸 위기에 높인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 만큼 농림축산식품부는 로컬푸드 전국 확산을 위해 2018년 지역 푸드플랜을 수립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직매장과 농가 레스토랑, 로컬카페, 공유부엌 등을 가미한 로컬푸드 복합문화센터에 최대 6억원을 지원한다. 지역 식재료를 공급하는 먹거리통합지원센터와 외식업체도 6000만원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소품종 소량 공급 시스템을 갖춘 직매장은 수급난에 봉착하기에 십상이고 시중 식재료 마트 확산 여파까지 겹쳐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은미 박사는 “지역 전체, 국가적인 농식품 공급체계를 만들고 소비 행태도 가정을 넘어 학교·군부대·공공급식과 외식으로 광범위하게 연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 근거리 배송사업처럼 양질의 먹거리를 더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을 포함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주=김동욱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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