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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표준화·과학화로 글로벌 ‘K메디’ 전성시대 연다 [지방기획]

입력 : 2022-06-11 01:00:00 수정 : 2022-06-10 20: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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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한국한의약진흥원

첨단의학으로 발돋움
한약 질환별 임상경험 취합해 빅데이터화
2016년 30개 질환 한의 표준진료지침 마련
한의약 감염병 대응·산업혁신플랫폼 구축

한의약 글로벌화 박차
2021년 WHO 전통의학협력센터로 지정
AR·VR 활용한 홍보콘텐츠 적극 개발
국제 보건사업·세계 전통의학시장 주도

세계적인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만성·노인성 질환이 급증하면서 저비용·다효능의 방편으로 전통의약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난치성 질환이 늘어나면서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이에 따라 세계 의학계도 자연치유, 전통의약 병행 치료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다. 세계 전통의약품 시장 규모는 2030년 3000억달러에서 2050년 6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세계 전통의학 시장 규모가 증가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한의약은 만성질병 치료뿐 아니라 급성질환, 감염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속가능한 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유망한 미래산업이자 미래의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중의약이 국가 방역체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고, 일본에서도 감기·독감 등에 한약재를 이용한 임상연구와 감염병 임상진료가 활발하다.

보건의료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보건복지부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한의약진흥원이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검증과 표준화·과학화를 통한 한의약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9일 진흥원에 따르면 토종 한약재 생산 기반 구축에서부터 한약 현대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과 확산, 혁신기술 개발,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관련 산업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의약 기반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발

경북 경산시에 있는 진흥원 본원을 중심으로 대구시 한약제제생산센터와 품질인증센터, 전남 장흥군 한약비임상센터와 분원을 비롯해 서울분원 등 6곳에 총 18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진흥원은 2025년까지 추진하는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에 발맞춰 △한의약 중심 지역 건강 복지 증진 △한의약 이용체계 개선 △한의약 산업 혁신성장 △한의약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한약재, 한약제제 제품화에 필요한 실험정보 등을 통합 수집·분석하는 한약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과 임상정보 등을 취합해 질환별 안전성·유효성 비교연구 등을 지원하는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허브 구축 등 정보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 많은 장점과 잠재력을 가진 한의약 산업이 충분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위해 정책 연구개발, 제도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진흥원은 2016년부터 330억원을 들여 30개 질환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해 확산 중이다. 향후 10년간 51종의 새 질환 임상진료지침도 개발할 예정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한약재로부터 고기능성 신소재인 한방 바이오 소재나 천연물질 1만여 종을 확보해 기업과 연구소의 신제품 개발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진흥원은 의료계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후유증 치료를 위해 많은 사람이 한의약을 이용했다. 진흥원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의약 감염병 대응 및 산업혁신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발을 비롯해 한·양방 협진, 임상용 제품 개발, 환자의 접근성 강화 등 다방면에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연구원들이 한약제제 비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 제공

◆외국에 한의약 전하고 해외진출까지

진흥원은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분야 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기관’으로 지정돼 한의약 세계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한약제제의 해외 인허가 등록, 해외 현지 한의과 개설, 한의사 진출 등 ‘한의사-제품-병원’을 하나로 연결해 해외 진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관련 기업과 의료기관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진흥원은 지난해 미국 현지 병원에 한의과를 개설한 데 이어 미국 진출 한의사가 한약제제를 의약품(OTC)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품목등록 지원 등에 대한 교육연수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 중국의 환자 수요를 조사해 국가별·환자별 특화 프로그램 발굴, 진료 매뉴얼 개발과 코디네이터 매칭 등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직간접적인 사업을 펼치는 한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한의약 홍보 콘텐츠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전통의학협력센터 지정을 계기로 국제보건사업도 유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WHO 협력센터는 국제 보건 각 분야의 전문기관을 선정해 조직한 국제적인 협력 기구다.

현재 80여개 국가에서 800여개의 WHO 협력센터가 활동하고 있으며, 전통의학 분야는 미국·중국·영국·일본 등지의 25개 기관이 지정돼 있다. 백유상 한의약진흥원 정책본부장은 “한의약은 한의학의 본질을 바탕으로 서양의학과 동등한 시스템과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에 세계 전통의학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앞으로 한의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글로벌 의약산업을 선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창현 한국한의약진흥원장 “감염병 대응체계 산업화 구축… 새로운 의료생태계 만들 것”

 

“감염병 이론과 임상 경험을 활용해 코로나19 이후 보건의료 현장에서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입니다.”

정창현(사진) 한국한의약진흥원 원장은 9일 기획 중인 ‘한의약 감염병 대응 및 산업혁신 플랫폼 구축 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한의약 분야 의료체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완치 후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서다. 정 원장은 “한의약 기반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발을 비롯해 산업화까지 범한의계의 대응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며 “향후 감염병 환자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양방 협진 진료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4월부터 한국한의약진흥원 2대 원장을 맡은 그는 2002년 국내 한의과대학에서 처음으로 온병학(溫病學)을 정규 강의한 감염병 관련 전문가다. 국내에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엔 한의감염병학회 창립을 주도하며 여러 국제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정 원장의 이런 노력에도 한의약을 바라보는 현실은 냉혹하다. 과거에 비해 한의약은 발전을 꾀했지만 한의사의 경험이나 판단, 오래된 비방이나 처방에 따른 치료로 인해 ‘비과학적’이라는 시각이 꼬리처럼 따라다녀서다.

 

정 원장은 “우리에겐 수천년 생활에서 축적된 임상경험을 체계적으로 기록된 한의학 문헌들이 있지만, 그간 홍보 부족 등으로 대중의 인식이나 신뢰가 다소 미흡해 폄하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진흥원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어 진료 표준화와 한약재 표준화, 현대화·과학화로 한의약·한의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 유효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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