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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 앵그르 -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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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18 17:35:15 수정 : 2009-06-18 17: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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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오이디푸스 한 남성이 바위산 협곡 사이에서 누군가와 심각한 대화 중이다. 다부진 체격과 예리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임을 암시한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상대방은 봉긋한 가슴이 있는 걸 보아 여성인 듯하나, 사자의 다리와 독수리의 날개를 가졌다. 그 아래엔 해골과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그 모습에 기겁해 달아나는 이도 보인다.

의문의 존재는 고대 오리엔트 신화의 반인반수(半人半獸) 괴물인 스핑크스, 남성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신화 속 인물 오이디푸스다. 스핑크스의 산 제물이 되어버린 나그네들의 시체 위에서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긴장된 순간이다.

신고전주의의 대가 앵그르가 남긴 작품 속에서, 오이디푸스는 냉철한 지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표현됐다. 그렇지만, 소포클레스를 비롯한 문학에서 묘사된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와 거리가 먼, 끔찍한 비극의 주인공일 뿐이다.

오이디푸스는 왕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한다’는 신탁을 받아 산에 버려지게 되었다. 가까스로 발견돼 코린토스의 왕에 의해 양육되었는데, 여행 중 마차를 타고 지나가던 낯선 사나이와 시비가 붙어 그 일행을 죽이게 되었다. 그 후, 스핑크스를 만나 지혜롭게 문제를 극복한 그는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테베에 입성했다. 스핑크스를 죽이는 자에게 왕위는 물론 자신까지도 바치겠다고 약속한 테베 여왕과도 결혼하여 네 자녀를 두었다. 그는 현명한 국정 운영으로 나라를 강성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가 왕이 된 후부터 흉년이 계속되고, 전염병이 도는 등 민심이 흉흉해졌다. 갖가지 정책이 실패하자 신탁을 묻게 되었고, 결국 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말았다. 오이디푸스가 죽인 마차 속 사내는 그의 아버지인 테베의 왕이었으며, 혼인한 왕비는 어머니였던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멀게 한 뒤 방랑의 길을 떠났다.

방랑의 길 끝에 죽어야 했던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깔리고 만, 비극적 아이러니의 결정체다. 소설이나 신화 속에 나옴 직한 이런 이야기는 간혹 현실에서도 나타나곤 한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얼마 전 에어프랑스 447편의 비보에 이어 전해진 사연이다. 한 이탈리아인 부부가 브라질에서 멋진 휴가를 보낸 후 파리로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고질적인 리우의 교통 혼잡 때문에 파리행 비행기를 놓치게 되어 무척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놓친 비행기가 대서양에 추락,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부부는 그들의 기막힌 행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파리행을 취소한 부부는 독일 뮌헨 공항에 도착하여 차를 빌려 남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그러나 즐거운 드라이브도 잠시, 이들이 탄 승용차가 커브 길에서 트럭과 정면 충돌하여 부인은 즉사하고 남편은 중태에 빠지고 말았다.

오이디푸스와 이탈리아인 부부처럼, 인간의 삶은 양면성을 지닌 운명의 장난질 속에 내던져져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을 짓궂은 운명에게 맡기고 불안 속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어쨌거나 장난 속에서 벗어나려고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이 아닌가 한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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