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회적 명성은 영국 왕립미술원에 소장된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768년 왕의 칙허를 얻어 설립된 영국 왕립미술원은 지금까지 영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예술 문화기구다. 안젤리카는 1781년 왕립미술원이 미술원 전용 건물로 건립한 서머셋 하우스를 만든 일등공신에 속했다. 서머셋 하우스의 천장을 장식한 네 장의 우의화(寓意畵)는 그녀의 작품으로, ‘그림의 기술’이라는 제목하에 각각 창조·구성·도안·채색의 요소를 표현하고 있다.
‘색채’에는 젊은 여인이 한쪽 가슴을 드러낸 채 야외에 앉아있다. 색채를 이용한 채색이란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로움이자, 화사하고 유쾌한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함축된 것이다. 여인은 왼손으로 붓을 쥐고 있는데, 그림 속 여인은 안젤리카 자신의 자화상이다. 화가의 다른 초상화는 오른손에 붓을 쥐고 있어 그녀가 왼손잡이였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저 거울을 볼 때면 대칭으로 보이는 우리 몸의 ‘양손 중 하나’ 일진대, 왼손과 오른손이 겪어 온 역사는 참으로 극하게 명암이 갈린다. 왼손의 수난의 역사에 대해선 많은 추측이 있지만 심장이 왼쪽에서 뛰기에 그 심장을 보호하고자 인류는 왼손에 방패, 오른손에 무기를 들게 되었으며 무기로 상대의 심장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오른손을 사용하는 힘과 기술이 발달했을 거란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세월이 흐르고, 언젠가부터 오른손(right, dexter)은 올바른·명예로운·주류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고, 왼손(left, sinister)은 불길한·결함 있는·서툰·어리석은 것을 상징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이를 두고 “우뇌와 좌뇌를 골고루 사용하기 때문에, 왼손잡이들이 사고의 틀을 깨는 감각을 발휘하기 쉽다”, 혹은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한 사회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기 위해 두 배의 노력과 집중을 하기에 문제 해결력과 성취도가 높은 것”이라 분석하기도 한다.
주변을 보니 이제는 왼손으로 펜이나 숟가락을 잡는 것을 보고 ‘병’이나 ‘기형’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미개하게 받아들여지는 시기가 온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다. 아마도 먼 옛날, 여성으로서 남성들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던 안젤리카도, 색채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지닌 인간은 어느 손을 사용하든 아름다운 색채를 발현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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