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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여성] >> 베카푸미-데우칼리온과 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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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13 22:33:43 수정 : 2009-08-13 22: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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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지에 사람이라곤 그들뿐이라는 가혹한 운명 앞에…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 인간들이 쇠를 단련하여 무기를 만들면서 서로 다투기 시작했다. 서로 죽고 죽이는 가운데 불신과 증오가 전염병처럼 번지며 날로 흉포해져 갔다. 이 같은 야만적 악행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제우스는 헤르메스와 함께 인간세상을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실망스럽게도 잔혹한 인간 본성의 실체를 확인한 신들은 결국 인류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했다. 종말의 방법은 물. 신들의 의도대로 남풍이 불고 구름이 잔뜩 몰려오더니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물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만물이 물에 잠겼으며, 살아있는 것들은 점점 사라져갔다.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인 데우칼리온과 에피메테우스의 딸 피라는 신을 진심으로 공경하는 정직한 부부였다. 프로메테우스는 부부에게 대홍수를 넌지시 알려주었고, 이들은 대홍수를 피할 배를 만들었다. 이들의 배가 포키스 지방의 파르나소스 산 꼭대기에 닿을 무렵, 지상의 인간들은 모두 물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었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마침내 비가 멈추고 파도가 진정되자, 육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밖으로 나온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음을 신께 감사 드렸으나, 온 천지에 사람이라곤 그들뿐이라는 가혹한 운명 앞에 눈물을 흘렸다. 그때, 질서의 여신이자 조언의 여신인 테미스가 그들 앞에 나타나 말했다.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져라...”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실로 뚱딴지 같은 소리였다. 게다가, 뼈를 홀대하여 던지는 것이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부부는 여신이 일컫는 어머니는 곧 대지요, 뼈는 돌을 의미할 것이라 해석했다. 그 말대로 돌을 뒤로 던지자, 딱딱하던 돌이 사람의 형상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자가, 피라가 던진 돌은 여자가 되었고, 이들은 훗날 그리스인들의 선조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물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유용한 존재이면서 또한 무서운 재해의 매개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성난 물이 대지를 뒤엎어 인간이 대지에 두 발을 딛고 서지 못하면 인류에게 재앙이 닥친다. 인간이 딛고 살아가는 대지는 인간의 어머니이다. 우리 모두는 대지의 부산물이며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지 않던가. 생명을 잉태하고 거두어가는 대지의 성은 여성이며, 여성은 생명 영속의 담당자이자 모든 인간의 어머니다. 여성 없이 인류는 번성할 수 없다. 그러면 남성은 어떻게 될까? 최근 과학계는 ‘여성이 인류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는 관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남성성을 부여하는 Y염색체가 계속 퇴화해 남성이 재생산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미 지구상의 남성 13명당 한 명꼴로 불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 일견 타당한 말이다. 이뿐 아니다. 사회적, 제도적으로도 ‘여성시대’는 붐을 이루며 점차 남성의 지위를 서서히 박탈해 나가고 있다.

남성의 희소가치가 높아져 더욱 대접받고 살수 있는 사회가 온다기 보다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남성들이 공룡에 이어 ‘멸종’되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대지를 노하게 하여 자연의 재앙을 초래하듯이, 대지의 어머니이신 여성분들을 노하게 하여 남성 멸망을 재촉하지 않도록, 아무쪼록 조신하게 지내야 할 것 같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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