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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 ‘슬로 라이프’ 창시자 쓰지 신이치 교수 기자 간담회

입력 : 2009-09-22 17:22:23 수정 : 2009-09-22 17: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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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어… ‘뺄셈의 경제’ 해야” “우리는 풍요함에도 불구하고 바쁜 것이 아니라 풍요하기 때문에 바쁜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풍요를 위해 행복해야 할 시간을 버리고, 이렇듯 악착같이 일만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쓰지 신이치(57·사진) 일본 메이지학원대학 국제학부 교수가 ‘행복의 경제학’(장석진 옮김, 서해문집)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서울을 방문, 22일 서울 인사동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한국계 일본인(한국명 이규)인 신이치 교수는 슬로 라이프를 되찾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나무늘보 클럽(The Sloth Club)’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슬로 이즈 뷰티풀’, ‘슬로 라이프’, ‘벌새의 물 한 방울’ 등을 저술했다. 미 코넬대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00만인의 캔들 나이트’ 홍보대사이자 ‘슬로 라이프’를 최초로 제창한 인물로 유명하다. 슬로 라이프는 ‘천천히 사는 삶, 지구와 주변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는 삶’을 의미한다.

“경제라고 하는 것 때문에 인간이 불행해지고 있습니다. 경제는 진정한 의미의 ‘풍요한 사회’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큰 힘으로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빼앗거나 서로 행복을 빼앗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경쟁을 하듯 하루하루를 급박하게 살기보다는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과의 조화를 되찾고, 주변 사람들과 유대를 쌓고, 느린 시간을 살 때 비로소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는 그는 “이제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현 경제를 벗어나 인간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갖춘 새로운 경제, 즉 ‘행복의 경제(학)’를 만들어갈 때”라고 역설한다.

탐험대가 정글을 이동할 때 고용한 인디오 원주민들이 어느 날 돌연 앞으로 나아가길 거부하다 한참만에 다시 걷기에 물었더니 ‘너무 빨리 걸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답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한 신이치 교수는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풍요’라는 보물을 찾아 너무나도 서둘러 왔기 때문에 ‘행복’이 우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가 알려주는 행복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뒤도 안 보고 치닫는 ‘경제성장’이니 ‘풍요’니 하는 신앙에 참가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성장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덧셈의 경제’ 사회이고, 사람들은 오로지 덧셈만 하고 있어서 뺄셈은 잊어버린 지 오랩니다. 이제 뺄셈의 경제를 해야 합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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