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는 부모님의 동작을 보고 질환을 판단해 보세요.” 연로한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는 이에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하루가 다른 부모님의 건강이라 할 수 있다.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지만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건강하다. 내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게 한결같은 답이다. 모처럼 그리운 부모님을 뵙게 되는 추석이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의 건강을 챙겨보자. 전문의들은 부모님의 동작을 보고 어떤 질환이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려면 동작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리를 숙여 하는 일을 힘들어하면 허리디스크일 수 있고, 허리를 자주 구부리고 제대로 펴지 못하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발음이 어눌해졌거나 한쪽 얼굴이 저린 증상이 있다면 뇌졸중 가능성이 높다. |
모처럼 뵌 부모님이 발까지 손이 안 닿아 양말 신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허리를 숙인 채 하는 세수와 머리감기를 버거워한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의학용어로 추간판탈출증인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가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고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 즉 디스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퇴행성 변화가 생긴 것을 말한다.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인대 조직이 파열돼 디스크가 뒤로 밀리면서 신경근을 압박해 요통 등 신경성 통증을 유발한다.
두드러진 증상은 요통과 다리가 아프고 저린 현상이다. 대개의 허리디스크는 요통보다 다리 통증이 더 심한 것이 특징이다. 다리 통증이 전혀 없이 요통만 있으면 허리디스크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한 요통일 가능성이 높다. 다리의 통증은 허리나 엉치에서 시작해 허벅지와 장딴지의 뒤쪽과 바깥쪽을 따라서 발등이나 발바닥까지 내려간다.
일반적으로 한쪽 다리나 엉치에서 통증을 느끼지만 심하면 양쪽 다리 모두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허리디스크에 걸리면 뒤로 젖힐 때는 괜찮아도 앞으로 숙일 때 요통이 심해지며, 서 있거나 걸을 때보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 한쪽 얼굴이 저리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면 뇌졸중
부모님의 발음이 갑자기 어눌해졌거나 한쪽 얼굴이 저린 증상이 있다면 무심히 넘겨서는 안 된다. 뇌졸중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뇌기능 장애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의 파열로 뇌 조직 내부로 혈액이 유출돼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을 통칭하는 말이다. 뇌졸중은 반드시 전조증상이 있다. 특히 혈관이 서서히 막히면서 생기는 뇌경색은 약 20∼40% 전조증상이 있다. 다만 워낙 경미하거나 일시적이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미니 뇌졸중’으로 불리는 일과성 허혈발작에 유의해야 한다. 뇌경색이 진행되면서 혈전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관이 막혀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일시적이지만 뇌동맥이 차단돼 뇌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물론 막힌 혈관은 저절로 혈전이 녹으면서 혈관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보통 30분 이내 모든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수시간에서 하루 정도 지속된다. 일과성 허혈발작 증상은 일시적인 마비나 구음장애(말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함), 극심한 두통, 시야 장애 등 일반적인 뇌졸중 증상과 같다. 다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같은 증상을 보였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뇌졸중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자꾸 허리를 구부린다면 척추관협착증
부모님이 평소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리고만 있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척추관 내벽이 좁아져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에 압박이 오면서 통증과 마비가 오는 것을 말한다. 허리를 구부리면 통증이 사라지기에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구부리는 일이 많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을 진단할 수 있는 큰 차이는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통증의 유무”라며 “허리디스크가 있으면 통증으로 다리가 잘 올라가지 않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다리를 올릴 수 있으며, 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심해지지만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심해지고 걸을 때 다리와 종아리가 찌릿찌릿하고 당기거나 터질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통증의 차이로 구분되지 않을 때는 방사선 검사나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검사 등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 웃옷을 입을 때 힘들어하면 오십견일 수도
웃옷을 입을 때 팔을 옷 안쪽 소매에 잘 끼워 넣지 못한다거나, 밤에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면 오십견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어깨질환 중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이 오십견이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은 질환이다. 오십견은 병명이라기보다는 어깨가 아프고 굳어 있는 상태 자체를 지칭한다. 질환 명칭은 유착성관절낭염 또는 동결견이지만 주로 5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나 오십견으로 불린다. 오십견에 걸리면 극심한 통증과 관절운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특히 낮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밤만 되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팔이 빠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십견으로 진단되면 스테로이드나 리도카인을 관절 안에 주입해 통증을 없애는 주사요법이나 압통점에 근막통주사를 놓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 밖에 물리치료를 꾸준히 해주면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 통증이 있어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박태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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