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지음/한울아카데미/3만7000원 |
실체를 알 수 없는 ‘대북소식통’을 인용한 북한 관련 소식이 넘쳐나지만 검증된 것은 없다. 정부 안팎에서도 “북한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북한에 대한 정보는 차단되고 왜곡돼 있다. 후계자 김정은의 등장으로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커진 지금,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틀이 아쉬운 시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북한 정치사와 권력기관의 성격·역할을 분석한 ‘현대 북한의 정치―역사·이념·권력체계’는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자료와 아울러 깊이를 보여준다. 저자가 북한을 연구하며 지난 10여년간 쓴 논문들을 ‘김정은 후계체제’ 등 북한의 변화된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한 책으로, 북한 매체 보도, 법 조문, 주요 문건 등 방대한 양의 실증적 자료를 분석했다.
저자는 1945년 당·군대 창건부터 최근 후계자 김정은 등장 이후까지 북한의 정치사를 정리하고 각 시대별 통치이념을 정리했다. 북한의 정치체제가 형성된 과정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어떤 권력체계와 엘리트들에 의존해 통치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당 정치국, 비서국, 당중앙군사위·국방위, 지난해 9월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선출된 당중앙, 후보위원 등 파워 엘리트 200여명의 경력과 직책을 소개해 북한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남한 체제의 틀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오류를 지적한다. 남한에서 김정일을 통상 ‘국방위원장’ 직함으로 호칭하지만 ‘총비서’로 바꾸는 것이 맞다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북한은 당이 국가를 지도하는 당중심적 체제여서 ‘당 최고직책’이 더 중요하지만, 국가중심적 체제인 남한 중심적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면서 ‘국가의 최고직책’인 국방위원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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