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 증상 1주일이상 지속땐…병원 찾아가 상담 받는게 바람직 문모(33·여)씨는 얼마 전부터 항문 주변이 가끔 가렵고 붉어지더니 요즘은 그 증상이 더 심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가려움증 때문에 업무에까지 지장이 있다. 가려운 피부에 바르는 일반 연고를 발라봤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문씨와 같은 항문 부위의 가려움증 증상은 항문 소양증으로 불린다. 항문이나 항문 주변에는 다른 부위보다 신경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덥고 습한 여름철에 환자가 많다. 항문에 땀이 잘 차고 바람도 통하지 않아 항문 내에 세균이 감염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장항문전문의가 내원자와 상담하고 있다. 항문소양증은 항문에 땀이 잘 차고 바람도 통하지 않은 덥고 습한 계절에 많이 발생한다. |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항문 가려움증이 있을 수 있다. 목욕을 잘 하지 않거나 변을 본 후 뒤처리를 깨끗이 하지 않으면 대변 속에 있는 세균이나 독소 등이 피부에 자극을 주어 가렵게 만든다.
반면에 지나치게 청결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항문을 비누로 자주 세게 씻거나 강한 수압의 비데를 자주 사용하면 항문을 보호하는 기름막이 손상돼 세균이나 곰팡이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돼 가려움증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음식물에 들어 있는 알레르기 항원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려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커피, 홍차, 콜라, 우유, 맥주, 포도주, 비타민C 등이 있다. 실제로 커피나 홍차를 끊고 나서 증상이 좋아진 경우도 많다.
항문소양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관련 질환이 있어서 가려운 속발성 소양증과 아무 원인 없이 가려운 특발성 소양증이다. 속발성인 경우 치질이나 치열, 염증성 대장질환 등의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결핵약이나 아스피린, 고혈압약 등의 약물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특발성 소양증은 뚜렷한 원인 질환을 찾을 수 없으나, 대변이 항문 주위 피부에 묻으면 대변 속의 세균과 독소, 효소, 단백질 대사물이 자극을 주어 가려움증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스트레스로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긴장이 높아갈 때도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가렵다고 긁으면 2차 손상 등 증상을 악화할 수 있어
항문 질환 병원에서는 가려움증이 심하면 1차적으로 연고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하고, 호전되지 않으면 주사요법이나 피부박리술을 통해 항문 주변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항문 가려움증은 수술하기 이전에 식이 조절과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므로 전문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문소양증 예방을 위해서는 항문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 하루 한 번 정도씩 미지근한 물로 좌욕을 하고, 용변을 본 후에는 물로 닦아낸 뒤 수건을 이용해 문지르는 것이 아니라 살짝 눌러주는 방식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과도한 청결은 오히려 항문을 더욱 민감하게 만들기 때문에 너무 자주 비누로 씻거나, 강한 수압의 비데를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정은 과장은 “항문이 가렵다고 해서 자꾸 긁으면 2차 손상을 받은 피부에서 분비물이 나오고, 긁은 부위 피부가 검붉게 착색되고 피부층도 두꺼워지는 등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좌욕이나 청결 유지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며 “1주일 이상 증상이 계속 된다면 병원을 찾아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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