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 러시아 방문 중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레흐 카친스키(61) 폴란드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로 서방과는 사이가 좋았으나 러시아와는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첫 자유노조인 ‘연대’ 노조 운동을 이끈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적 여정을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반공산당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카친스키 대통령은 1980년대 연대노조 파업에 참가하면서 바웬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1990년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안장관이 됐으며 2000년부터 우파정부에서 법무장관으로서 강력한 반부패 단속 정책을 펼쳐 인기를 모았다. 카친스키는 2005년 10월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쌍둥이 형제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도 총리직에까지 오른 정치인이다. 카친스키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당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전 총리가 총리직을 포기하는 우애를 보이기도 했다.
보수 우파인 카친스키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임기 중에 폴란드군 현대화 지원을 조건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기지를 자국에 건설하는 데 동의했을 정도로 친서방 정책을 폈다. 하지만 러시아와는 사사건건 마찰음을 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바르샤바 시장 시절인 2005년 5월 러시아인이 가장 싫어하는 체첸 무장세력 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의 이름을 딴 ‘두다예프 광장’을 조성, 러시아 내에 반폴란드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양국 정치 지도자 회담은 3년 가까이 열리지 못하다가 2007년 11월에야 당시 신임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 푸틴 전 대통령이 회담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재임 중 우리나라와는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했다. 한·폴란드 수교 20주년을 맞아 2008년 12월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지난해 7월에는 이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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