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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노심용해 알고도 ‘쉬쉬’… 사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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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9 00:59:37 수정 : 2011-03-29 00: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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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물웅덩이’ 터지자 시인
응급조치도 지체 밝혀져 ‘뭇매’
수치도 1000만배→10만배 정정
후쿠시마 1원전 원자로의 ‘노심용해’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해온 일본 정부가 28일 노심용해 사실을 시인했다. 원전 관리당국은 지난 11일 대지진 발생 직후 이 같은 가능성을 알고도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2호기 터빈실에 고인 물웅덩이에서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은 부분적인 노심용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노심용해는 연료봉이 고온에 녹아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는 현상이다. 그동안 전문가 사이에서 노심용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일본 정부는 “가능성이 낮다”며 일축했다. 그러다 2호기 원자로 내부에 생긴 물웅덩이의 방사능 수치가 급상승하자 27일 “원자로 일부가 녹은 것 같다”며 태도를 바꿨고, 이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언론은 관리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비난했다. 도쿄신문은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지진 발생 3시간 이내에 노심용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응급처치 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응급조치는 훨씬 이후에 실행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보안원은 11일 밤 간 나오토 총리에게 “12일 0시50분쯤부터 노심용해가 진행되고 오전 3시20분부터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증기를 배출하는 응급조치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노심이 용해된 상태에서 압력이 상승해 원자로가 폭발할 경우 방사능 유출이 심각해지기 때문에 사전에 압력을 낮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작업을 시행하는 도쿄전력이 정부에 증기 배출을 시작하겠다고 보고한 것은 12일 오전 8시30분이었다. 작업은 30여분이 더 늦은 9시4분에나 착수했다. 보안원이 당초 보고한 시간보다 5시간여 늦은 것이다. 실제 증기 배출은 공기압축펌프 작동 이상 등으로 이보다 5시간이 더 지난 오후 2시30분에야 이뤄졌다. 신문은 보안원과 도쿄전력이 12일 새벽 간 총리의 원전시찰 계획을 고려해 응급처치를 지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 정부 당국자는 “현장을 시찰 중인 총리의 피폭 염려가 현장 작업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전날 방사능 수치도 엉터리로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7일 오전 원전 2호기의 물웅덩이 표면에서 “정상치의 1000만배 농도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가 같은 날 저녁 “분석 결과에 오류가 있었다”며 “1000만배가 아니라 10만배”라고 정정했다. 또 코발트56을 요오드134로 잘못 보고 데이터를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수정했다가 코발트56이 아닌 세슘134라고 정정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아사히신문 등은 잇단 실수와 미흡한 대처로 도쿄전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난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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