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간 회삿돈 14억원을 빼돌린 업자가 불과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김태규 판사는 6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부산 북구지역 생활폐기물 처리 대행업체인 ㈜청미산업 대표 이모(67)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횡령액은 크지만 대부분 주주에게 배당하는 등 회사를 위해 썼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택하되 사안이 가볍지 않아 구형량 이상으로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8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4년여 동안 자신의 딸과 친인척, 지인을 회사 직원인 것처럼 꾸미는 등의 방법으로 회삿돈 14억2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씨는 이 가운데 12억1100여만원을 주주 14명에 대한 현금 배당(10억400여만원) 등에 쓰고 나머지 1억9100여만원은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청미산업은 부산 북구청과 수년간 계약을 체결하고 생활폐기물 처리를 대행하는 업체다.
지방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처리대행 계약은 용역 등을 통해 적절한 비용을 산정한 뒤 위탁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이씨는 인건비 등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다. 특히 이씨는 지난해 4월 황재관 북구청장이 구청 간부 등과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유럽으로 출장을 갈 때 동행했는데, 이 동행출장 8일 후 북구는 청미산업과 수의계약을 해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부산지검은 지난 7월 이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부산지법 판사는 지난 10월 횡령액에 비해 검찰의 구형량이 너무 낮다고 판단,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이번에 김 판사도 불과 300만원 늘어난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는 바람에 국민의 법원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죄질이 매우 불량한 이씨를 구속기소하지 않고 약식기소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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