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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 첫 판결

입력 : 2013-07-11 08:41:03 수정 : 2013-07-11 08: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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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자에게 1억씩 줘라”
피해자 4명 日법원 패소 후
국내 소송제기 8년만에 승소
다른 소송에도 영향줄 듯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노역에 시달린 조선인 피해자들에게 전범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이후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8년 만의 첫 승소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강제징용은 비인도적 불법행위”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판사 윤성근)는 10일 여운택(90)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파기 환송심에서 “원고들에게 각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 군수업체인 옛 일본제철이 일본 정부와 함께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침략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한 행위는 반인도적 불법 행위”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또 “일본제철의 후신인 신일본제철이 일본제철과의 동일성을 부정하거나 한·일 청구권협정 등을 내세워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한국 헌법이 수호하고자 하는 핵심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판시했다.

여씨 등은 광복 직전인 1944년 일본에 끌려가 노역에 시달리다 공습으로 인해 제철소가 파괴된 후에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2003년 패소가 확정됐고, 한국 법원에 2005년 낸 소송의 1·2심도 일본 확정 판결 효력을 이유로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다시 법원 판단을 받았다.

◆피해자 “감사”… 줄소송에도 영향 줄 듯

승소 판결이 나자 여씨는 “열여덟 살 때 일본에 끌려가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나처럼 원한 맺힌 국민이 몇 명이나 더 있을지 모르겠다. 걱정하고 성원해준 여러분께 감사한다”며 울먹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범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즉각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실질적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판결로 각급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 중인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희망’을 갖게 됐다. 줄소송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사건 파기환송 당시 대법원은 이병목(90)씨 등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도 같은 취지로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30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왼쪽)·이춘식씨가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신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수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은 뒤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피해자와 유족 등 30여명이 군수업체 후지코시를 상대로, 3월 피해자 8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소송을 냈다. 지난 1일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도 같은 법원에 접수됐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김민철 집행위원장은 “한국 법원에서 전범기업 책임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배상받지 못한 많은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연로하다”며 “빠른 시일 내 피해자들을 찾아 추가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일철주금 측은 “징용자 등 문제를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한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 즉 국가 간의 합의를 부정하는 부당한 판결이어서 유감”이라면서 “대법원에 상고해 우리 회사 주장의 정당성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일한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종래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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