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산타의 삶’ 40년 이영우 회장… “나눔에 은퇴란 없죠”

입력 : 2008-01-03 10:54:35 수정 : 2008-01-03 10:54:3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967년부터 성탄절 산타 복장 선행
전국 양로원·보육원 돌며 ‘행복 선물’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는 내가 최고 산타클로스야. 인기로 치면 내가 우리나라, 아니 세계 최고 산타일걸. 허허.”

이영우(67·사진) 한국산타클로스회장은 성탄절인 25일 올해도 변함없이 40년째 동네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고, 양로원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따스한 정을 나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효자동 양로원과 은평구의 천사원을 돌며 선물을 배달했다. 성탄절인 이날도 인터뷰를 마치고 부리나케 인근 사회복지시설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 회장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1967년 미국 대사관 후생과에서 근무할 때 우연히 산타 역할을 하면서 봉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6·25전쟁 때 피란길에 두 살배기 남동생을 굶주림으로 잃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배고픔을 몰랐던 그에게 동생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이 회장은 “아마 그때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봉사를 시작하면서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었다. 3남매를 둔 가장으로서 성탄절 선물 구입 등에 들어가는 만만찮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결심이었다. 다행히 지금껏 단 한번도 자신과의 약속을 깬 적이 없다고 했다.
◇산타 복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고 있는 이영우 회장.


이 회장은 1975년부터는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서려고 자비를 털어 ‘한국산타크로스회’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전국 곳곳의 보육원,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에 다니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아이들과 노인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틈틈이 익힌 마술쇼나 폭죽놀이 등도 선보였다.

스스로 끼가 많다고 자랑하는 이 회장은 “오토바이 쇼 보여주고, 폭죽에 마술까지 곁들이며 분위기 띄우면 아이들이 좋아서 깜박 넘어간다”며 “ 그 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했다”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한번은 광주의 한 보육원으로 봉사를 갔는데 산타 복장으로 갈아입는 사이 선물 두 자루를 도둑맞았다”며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 사람을 시켜 서울까지 택시를 대절해 선물을 다시 가져온 적도 있다”고 산타 40년을 돌아봤다.

최근 이 회장의 고민은 갈 곳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산타 복장을 하고 직접 선물을 나눠 주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5년 전부터 이 회장을 도와 노래 봉사를 하고 있는 조영은(50·여)씨는 “어린이들과 어르신들 앞에서는 몸 피곤한 줄 모르고 열정을 쏟아내니 지칠 만도 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회장은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서울 명동 거리에서 산타 옷에 선물 보따리를 둘러메고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줬다. 그러나 올해는 명동거리에 나가지 못했다. 죽기 전까지 나눔을 계속하겠다는 이 회장은 “산타는 은퇴해도 나눔은 은퇴가 있을 수 없다”며 “사람들이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메마르지 않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임지연 '러블리 미모'
  • 김민주 '청순미 폭발'
  • 김희애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