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무리한 강행에 교사들 1인시위등 강력 반발
'다른 교과목에도 수정 칼바람 일라" 위기감 고조 교육과학기술부의 역사교과서 채택 수정보고가 10일로 다가온 가운데 일선 고교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좌편향’ 논란의 표적이 돼온 금성교과서를 채택한 고교에서는 학교 측과 교사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교과서 선정과정에서 학교 측의 ‘무리한 행보’로 교직원 전체 반대서명, 1인 시위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파행 겪는 학교현장=8일 경기도 일선 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10일 교과부의 마감시한을 앞두고 각급 학교는 학교 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를 열고 있다. 통상 해당 교과목 교과협의회를 거쳐 학운위에서 심의하면 교장이 결정해왔지만 역사 교사들이 교과서 재선정 채점표 작성을 거부하자 교장이 직권으로 긴급 학운위를 소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의 무리수가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천 A고교는 역사 교사들이 반대하자 교육과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다른 교과목 교사들이 교재를 선정하도록 ‘꼼수’를 쓰고 있다. 안양 B고교는 학운위 결과에 관계없이 교장의 결정권으로 교과서 변경을 예고했다. 고양 C고교는 역사 교사들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교과서 변경을 회유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교사들은 그동안 해온 관행과 교사의 전문성을 학교 측이 무시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며 많은 학교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산 단원고 신동하 교사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학운위는 소집 1주일 전 공고하도록 돼있지만 이를 어기고 긴급 학운위를 소집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비판했다. 부천 북고 김남수 교사도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과서는 6개월 전 주문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교과부의 지침이 상위법인 대통령령을 위반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갈등 예고하는 교과서 변경=역사교과서 변경 논란을 두고 많은 교사들은 다른 교과목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가 비판해온 사회 교과목의 경제 부분, 현대사와 맞물려 있는 정치·법 부분, 친일 논란을 빚고 있는 미술·음악·문학 부분 등은 언제든지 수정의 ‘칼바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학교에서 역사교과서 변경 반대 서명운동에 상당수 교사들이 동참하는 이유다. 전국역사모임 관계자는 “이번 역사교과서 논란은 검·인정 교과서의 취지를 뒤흔들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 타 교과목 교사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만중 대변인은 “2010년부터 국어과목은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뀌는데 역사 교과처럼 사상의 잣대를 들이대면 출판사에서는 정부의 입맛대로 교과서를 집필할 것”이라며 “결국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다양한 교과서가 발간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어느 교과목이라도 외부에서 내용상 문제제기를 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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