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내하청 32만명 줄소송 예고… 노사갈등 새 불씨

입력 : 2012-02-23 23:12:14 수정 : 2012-02-23 23:12: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법 ‘현대차 정규직 전환’ 판결 파장
자동차업계의 사내하청은 비정규직보호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 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32만6000명에 달하는 국내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줄소송에 나설 때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소송이 아니더라도 노동계로서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올봄부터 노사협상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업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이 극심한 노사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300인 이상 기업 1939개소를 조사한 결과 41.2%의 사업장에서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하청 근로자 수는 32만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꼴로 사내하청 근로자인 셈이다.

특히 이번에 판결이 난 자동차업계의 사내하청 비율은 16.3%로 조선(61.3%), 철강(43.7%), 화학(28.8%), 기계금속(19.7%)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이후 다른 업종에서 유사 소송이 벌어지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재계는 노동계 주장대로 합법적인 사내하청 근로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려면 산업계 전반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업 경영활동 위축→투자 감소→생산 감소→고용 감소→소비 감소→투자 감소’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이번 판결에 대해 “산업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사내하청이 우리나라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여서 잘못 건드리면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노동계가 유사 소송을 기획하는 등 금번 판결을 투쟁확산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생산시설 해외이전 등으로 많은 중소 사내협력업체의 일자리 감소만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내하청을 직접 고용할 때 연 5조4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11만6000명의 상용 근로자를 신규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같은 수치는 2001∼2010년 연평균 신규 취업자 26만7000명의 43.7%에 해당한다.

이번 판결의 당사자인 현대차는 사내하청 근로자가 82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2%에 달한다. 회사 측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매년 26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탄력적 인력 운용이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이 23일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하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모여 있던 현대자동차 등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이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파견근로제를 허용하고 있는 독일, 일본, 미국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독일은 제조업을 포함한 전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있으며 2004년 제조업도 금지업무에서 제외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파견법이 없어 가장 높은 수준의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사내하청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제조업 파견 금지, 까다로운 정리해고 요건, 불합리한 노동 관행 등 경직된 노동법제와 낮은 고용 유연성 때문”이라며 “사내하청은 현재 기업이 지속생존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내하청의 문제점을 해결할 계기가 모색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산업계가 혼란에 빠져들지 않도록 중장기 연착륙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안유진 '아찔한 미모'
  • 안유진 '아찔한 미모'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