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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슬고 벌레 먹고… 서산대사 유물훼손 심각

입력 : 2011-04-20 20:50:21 수정 : 2011-04-20 20: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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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박물관 항균설비 등 없어… 일부 문서 글자 식별도 어려워 전남 해남 대흥사에 보관된 조선 중기의 고승인 서산대사의 귀중한 유물 중 일부의 훼손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물이 항균, 항습 장치가 안된 전시관에 오랫동안 전시되면서 일부 문서류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서산대사의 유물로 정조 임금이 내린 사액제문 표지가 푸른곰팡이가 슬어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다.
20일 대흥사 등에 따르면 1978년 대흥사 내에 건립된 서산대사 유물관에 이어 1998년 문을 연 성보(聖寶)박물관에 사찰 곳곳에 흩어져 있던 서산대사, 초의선사 유물 등 2000여 점을 한데 모아 전시했다.

그러나 이 박물관은 온도 조절 장치와 도난 방지를 위한 폐쇄회로(CC) TV만 설치돼 있을 뿐 항균·항습시설 등 고문서류 등 유물 보존을 위한 기본적 설비조차 안돼 있고 직사광선이 바로 비추는 등 원시적인 시설로 인해 유물 훼손 우려가 컸다.

훼손이 심각한 유물은 전시관에 내걸렸던 정조 임금이 내린 사액제문 표지로 푸른곰팡이가 슬어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문화재청이 최근 국가지정 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한 서산대사 행초 정선사가록(西山大師 行草 精選四家錄) 표지도 벌레가 갉아먹는 등 상당히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대사 진설도(陳設圖) 및 제물 단자(祭物單子), 정조 임금이 직접 글을 짓고 손수 글을 써 대흥사로 보낸 화상당명(畵像堂銘) 등도 얼룩이 져 흉하게 훼손된 상태라고 대흥사 측은 설명했다.

범각 주지스님은 “내년 이맘때 새로운 박물관이 개관하면 문서류는 복원작업을 거쳐야 전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흥사는 전체면적 1386㎡, 지상 2층 3개 동으로 구성된 성보박물관을 내년 4월 개관 예정으로 신축 중이다.

해남=류송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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