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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희귀 선종 언해본 백련암 장경각에서 발견

입력 : 2009-09-15 17:23:23 수정 : 2009-09-15 17: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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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동안상찰 선사가 저술한 10가지 게송

김시습이 주석붙여 ‘십현담 요해’로 소개해
◇최근 해인사 백련암 장경각에서 발견된 ‘십현담 언해본’.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의 ‘십현담 요해(十玄談要解)’(1475)를 73년 뒤 한글로 번역, 출간한 16세기 ‘십현담 언해본(諺解本)’이 해인사 백련암에서 발견됐다. 조선 세조∼성종대인 15세기 중후반 불경류를 한글로 옮긴 일은 일부 있으나 16세기 전반 선종 관련 서적의 언해본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인사 백련암의 원택 스님은 15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4월 백련암 장경각 서고에서 성철 큰스님의 장서를 정리하다가 매월당의 ‘십현담 요해’를 한글로 옮겨 1548년(명종 2) 강화도 정수사에서 판각한 것으로 기록된 ‘십현담 언해본’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십현담’은 중국 선종의 한 종파인 조동종(曹洞宗) 스님인 당나라 동안상찰(同安常察) 선사가 저술한 10가지 게송으로, 법화사상과 화엄사상을 포함한 조동종의 가풍과 수행자 실천지침 등을 7언 율시로 노래한 선시다. 조동종의 가풍에 심취했던 매월당은 1475년 십현담의 중요한 내용에 주석을 붙여 ‘십현담 요해’를 통해 국내에 소개했다.

이번에 발견된 44쪽 분량의 ‘십현담 언해본’ 서명에는 “성화 을미년 도절(桃節) 재생패(哉生覇)에 청한자(淸寒子) 필추(苾芻) 설잠(雪岑)이 폭천산에서 주를 쓰다”라고 돼 있다. 여기에서 ‘성화 을미년’은 조선 성종 6년, 1475년을 의미하고 ‘도절 재생패’는 3월16일, ‘청한자 필추 설잠’은 단종 폐위 후 20대 초반 출가한 김시습의 법명으로, 김시습이 1475년 3월16일 수락산 기슭 폭천정사에서 지었다는 뜻으로 해석돼 언해의 원본이 매월당의 ‘십현담 요해’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번 ‘십현담 언해본’을 살핀 서병패 문화재 전문위원은 “기존의 ‘십현담 요해’에 수록된 주석을 간결하게 하여 구성한 독립적인 언해본으로 희귀본에 속한다”면서 “반치음 ‘ㅿ’과 꼭지 ‘ㆁ’이 사용되고 있어 16세기 중엽 국어사 연구와 서지학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철 스님의 상좌를 지냈고 성철 스님이 오래 머무른 백련암의 감원(암자의 제일 어른스님)을 맡은 원택 스님은 “이번에 성철 큰스님의 서책을 정리하면서 귀한 고서와 언해본들을 발견해 서지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며 “특히 십현담 언해본은 김시습이 유학자일 뿐 아니라 불교 선종에도 정통해 있었으며 대중 보급을 위해 십현담의 중요한 내용을 축약, 재편집했다는 점에서 서지학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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