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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면 맞는 북핵…'행동 대 행동' 원칙 내세워 실리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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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북 핵전략
◇성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왼쪽)이 27일 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된 뒤 현장에서 북한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MBC 뉴스 화면 촬영
26, 27일에 걸친 북한의 핵신고와 냉각탑 폭파로 비핵화 2단계 조치가 사실상 이행됐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상당 기간 핵무기를 보유한 채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2단계에서 핵무기를 제외해 3단계에서 다룰 수밖에 없고, 따라서 3단계 협상이 완료돼 실행될 때까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기정사실이 되는 셈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7일 “북한은 핵무기를 잠정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상당 기간의 핵에 대한 모호성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비롯한 북핵 협상 당사자들조차 3단계 협상이 아주 길고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숨기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손에서 핵무기를 뺏어오기란 무척 어려운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전략=북한이 2단계 조치로 스스로 영변 핵시설을 못 쓰게 만든 것은 일견 상당히 전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익’을 따지자면 북한은 더 이상 영변 핵시설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통일연구원 최진욱·박형중 선임연구원은 ‘2단계 비핵화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 전망’에서 “북한은 이미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수십kg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어 굳이 각종 제재를 감내하면서 1년에 6∼7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을 가동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비핵화에 순응하는 태도로 ‘착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줬다. 냉각탑 폭파 역시 이 작업의 일환이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냉각탑 폭파는 더 이상 핵 개발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퍼포먼스”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겉으로 드러난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나머지 문제는 뒤로 보내자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론 자신들의 머리에 씌워진 ‘테러지원국’이라는 모자를 벗겨낸 효과를 거뒀다.

게다가 이런 조치는 북한이 보유한 핵능력에 조금도 손상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수기의 핵무기를 만들 충분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미사일에 실어 보낼 기술도 가졌다. 인도와 같이 잠정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북한이 노리는 실익=북한은 지금까지 얻는 것보다 앞으로 얻을 것을 훨씬 더 많이 남겨두고 있다. 긴 협상 과정에서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내세워 대가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중 북한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경수로다. 북한은 2005년 지루한 협상 끝에 9·19 공동성명에 ‘여타 국가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존중하고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문구를 넣는 데 성공했다. 경수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도 북측에서는 시급한 사안이다. ‘현금’이 보장되는 북일 관계 정상화처럼 당장 경제적 이득이 큰 건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은 크게 달라진다. 북한 내부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친중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북미 관계 개선은 중국에 대한 견제력을 키우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 태도가 상당히 적극적인 이유는 핵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북한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곧 끝나고 새로운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정책을 정립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부시 대통령 임기 내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기자
21s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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