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위성 송출시설 없어 당초 예정 생중계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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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역 대합실 TV에 북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27일 오후 5시5분쯤, 현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전망대에서 북측 관계자가 무전기를 통해 폭파를 지시하자, 아래쪽에 설치된 폭약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냉각탑은 하얀 연기 기둥과 함께 무너졌다.
높이 26m의 구조물이 순식간에 600t의 콘크리트 더미로 변한 것이다. 폭파 잔해는 사방으로 튀었고 철근도 엿가락처럼 휘어져 널브러졌다. 직경 14m에 달하는 냉각탑 굴뚝 꼭대기는 반 토막이 난 채 바닥에 처박혔다.
전망대에서 이를 지켜보던 성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웃으면서 북측 관계자와 악수했다. 그는 현장 기자들에게 “비핵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절차가 진행됐다. 대단히 성공적으로 폭파가 이뤄졌다”면서 “2단계 조치를 완료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도 “6자회담이 한 단계 더 진전했다”고 냉각탑 폭파의 의미를 전했다.
전망대 주변에선 미국 측 대표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이 다소 흥분된 표정으로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촬영했다. 북한 측이 폭발물을 준비하고 설치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비용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에서 파견된 취재진 1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으며, 북한 취재진도 폭파 장면을 취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냉각탑 폭파는 영변 지역에 위성 송출 시설이 없어 애초 예정됐던 텔레비전 생중계는 이뤄지지 않고 각국에 순차적으로 중계됐다.
냉각탑은 원자로 가동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핵분열 때 발생하는 원자로의 열을 식히는 장치인 냉각탑에서 증기가 나오면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미국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이 가동을 중단한 뒤 북한의 합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방식의 하나로 인공위성을 통해 끊임없이 냉각탑 증기 발생 여부를 감시했다.
북한은 이런 점을 역이용해 일부러 마른 종이를 태워 미국을 교란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폭파된 냉각탑에는 냉각장치와 증발장치가 있었지만 이미 몇 달 전 미국의 입회 하에 뜯어내 ‘빈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북핵 문제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영변 핵단지는 이제 냉각탑 폭파에 이어 관련 시설 폐기 조치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냉각탑 폭파 직후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나머지 영변 핵시설도 철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민 기자
21s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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