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한 토막. 공기업인 한국전력거래소의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담당했던 이가 채용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공무원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조화를 부렸다. 서류전형 과정을 변경하고 필기시험 성적 순위도 조작했다. 결국 필기시험 1등은 낙방하고 사무직 응시자 72명 중 70등을 차지한 그 교과부 공직자 딸은 합격했다. 인두겁을 뒤집어쓰지 않고서야 차마 그런 짓은 못했을 텐데.
말인즉 ‘우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조정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지필고사 성적보다는 잠재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얼치기 평준화 교육학자의 이론을 상기시킨다.
무엇이 이 인사담당자로 하여금 이런 부정을 저지르게 했는지 그 배후가 궁금하다. 대학의 과동문인 그 고위 공직자와는 목숨도 서로 바꿀 만한 소중한 우정을 간직한 사이였을까. 그 공직자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어 이번에 보은했을까. 그도 저도 아니면 그 공직자의 압력이나 간곡한 부탁이 있었을까.
이 인사담당자도 자녀가 있지 않을까. 그의 아들딸이 인사권자의 농간에 휘말려 똑같은 일을 당했다면 그 심정이 어땠을까. 교과부의 그 관리는 자신의 딸이 부당한 방법으로 합격한 사실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1위 합격하고도 떨어진 당사자나 그 부모의 가슴에 흐르는 피눈물의 강은 지금쯤 말랐을까.
청년실업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취업시장에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 나돈 지 어언 10년. 이제는 삼태백(30대 태반이 백수)으로 진화했다나. NG(No Graduation:졸업거부)족, 대오족(대학교 5학년족),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족), 공휴족(쉬는 것이 두려운 족), 나홀로족이 유령처럼 배회한다. 88만원 세대는 감지덕지해야 하나.
이태백은 ‘촉나라 길이 하늘에 오르기보다 어렵다’(蜀道之難 難於上靑天:蜀道難)고 읊었다. 천년이 훨씬 더 지난 오늘날의 취업난에 어찌 비길 바랴.
곧 취업의 계절이다. 젊은이의 사회 첫 출발길인 취업에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행로난(行路難:인생길 어렵다), 행로난’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조병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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