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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제로 탄소’ 선택이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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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09 20:12:51 수정 : 2009-03-09 20: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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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도시·태양광에너지폰

허울 좋은 홍보용 그쳐선 안돼

CO₂ 줄여야만 살아남는다는

인류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2005년 2월 16일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시장원리를 도입했다. ‘교토메커니즘’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만들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 가격을 매겨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온실가스를 감축 목표보다 적게 배출한 나라는 목표량과 배출량의 차이만큼을 ‘배출권’으로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다. 목표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국가는 이 배출권을 사서 감축 목표를 채워야 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시장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제도다.

탄소 배출권 사업은 또 다른 비즈니스를 탄생시키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해야 돈이 된다는 원리에 세계의 기업이 앞 다퉈 이산화탄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처방은 이산화탄소 잡는 ‘녹색기술’이고, 궁극적으로는 저탄소 경제를 뛰어넘어 ‘제로(0) 탄소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제로 탄소 경제를 위한 일환책으로 세계는 ‘탄소 제로 도시’를 선택했다. 탄소 제로 도시란 석유나 석탄을 쓰지 않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청정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탄소 배출 효과를 상쇄시키는 환경도시를 말한다. 즉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도시의 건설이다.

탄소 제로 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는 아랍에미리트의 ‘마스다르 시티’ 건설이다. 수도 아부다비 인근 사막에 짓는 이 도시는 여의도 면적(8.4㎢)보다 조금 작은 7㎢의 신도시로 약 5만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도시 가운데는 거대한 태양열발전소가 들어서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고 곳곳에 풍력발전소도 설치해 걸프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최대한 이용한다. 대중교통수단으로는 배터리로 움직이는 무인 전기자동차가 사용되고 이산화탄소 배출 차량 운행은 금지한다. 2016년쯤 완공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콘크리트 기업에도 친환경 비즈니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무 시멘트 콘크리트 개발 사업이다. 콘크리트는 숨은 환경의 파괴자다. 콘크리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멘트에 의해 8%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제로 콘크리트는 제조과정에서 시멘트를 빼 이산화탄소가 나올 여지를 없앤다는 것이다. 대신 석탄재와 제철소에서 쇠를 녹일 때 나온 불순물을 절반씩 섞어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휴대전화에도 저탄소 녹색기술이 등장했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햇빛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일명 ‘태양광 에너지폰’이 그것이다. 휴대전화 뒷면 건전지 덮개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어 햇빛을 쬐기만 하면 배터리가 충전된다. 전원 연결 없이 태양광만으로 충전한다는 친환경 기술을 내걸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등장하는 첨단 기술은 모두 ‘탄소 제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 발표되는 세계의 ‘제로 탄소 경제’에 대해 홍보용으로 그칠 뿐 현실화될지 의문이란 비판이 높다.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나라들이 단지 불명예스러운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탄소 제로 도시와 같은 건설 계획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태양광 에너지폰도 마찬가지.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태양광 에너지폰은 기존의 휴대전화 기술에 태양전지라는 친환경적 기술이 살짝 가미된 수준일 수 있다. 태양광은 어디까지나 보조 동력일 뿐 기업 이미지를 위한 광고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만일 국가나 기업이 단순한 광고용이나 캠페인에 결부되는 허울 좋은 간판을 내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허울뿐인 기술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생산이나 사용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소비자의 외면으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환경문제는 이제 경제논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여야만 살아남는다는 제로 탄소 경제는 필연적으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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