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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지수함수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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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16 19:09:03 수정 : 2010-06-16 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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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등 기하급수적 발전
우리의 삶도 빠른 속도로 변화
최근 매스컴에 대출 광고가 부쩍 늘었다. 대출을 받으면 당연히 이자를 붙여 상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자는 십중팔구 복리일 가능성이 크다. 복리 이자가 얼마나 무서운가는 예전에 방영된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에서 실감나게 묘사된 바 있다.

수학에서 지수함수 혹은 기하급수라고 부르는 복리 이자의 습성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지진의 규모를 측정할 때도 지수 스케일이 사용된다. 그러니까 리히터 5의 지진은 리히터 4의 지진보다 10배의 강도이고, 리히터 6의 지진은 100배, 리히터 7의 지진은 1000배의 규모가 된다. 소리의 크기를 잴 때 사용하는 데시벨이란 단위 역시 지수 스케일에 의존한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정보기술(IT) 업계에도 유명한 지수함수가 있다. 반도체 회사 인텔사의 회장이었던 고든 무어라는 사람이 주장한 것으로 ‘무어의 법칙’이라 불린다. 이 법칙에 의하면 18개월마다 반도체 용량은 2배로 증가하고, 속도 역시 2배로 빨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반도체 기술이 2배로 뛰는 반면,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인데 놀라운 점은 처음 무어의 법칙을 발표한 1965년 이후 지난 40년 넘게 기술 발전이 이에 따라 지속돼 왔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제품도 지수함수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TV 등도 이에 해당한다. 단순히 속도와 용량만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복잡도 역시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제품이 너무 복잡해 그 기능을 다 활용하기는커녕 이해하기도 벅찬 상황이 됐다. 이미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정밀한 기계가 출현하고 있다. 자동차, 우주선, 컴퓨터 등 현대 기술의 집합체가 설계한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사실을 우리는 최근 벌어진 도요타 자동차 사건이나 나로호 발사 실패 등에서 어렴풋이나마 체감할 수 있다.

정보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기술을 개발한 후 처음 60년 동안 출판된 서적은 3만종에 불과했다고 한다. 반면 현재 미국의회도서관의 서적은 약 3200만권에 달한다.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웹 페이지 숫자는 파악하기도 불가능한 천문학적 규모가 돼 버렸다. 이렇게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양질의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벌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정보를 생산하는 비즈니스보다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각광을 받게 마련이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구글이다.

부모와 세대 차를 느끼는가. 혹은 자식들과 세대 차를 느끼는가. 예전에는 세대 간격이 약 30년이었다. 그러던 것이 세대 차를 느끼는 기간도 기하급수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언젠가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는 중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게임 세계에서 함께 즐기는 사람들과 실제로 가끔 만난다고 한다. 모이는 사람도 초등학생부터 가정주부, 회사원, 할아버지 등 다양한 연령층이란다. 어른들과도 격의없이 잘 어울린다는 이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지칭해 내뱉은 한마디는 “요즘 아이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요”였다. 이제 세대 간격은 5년으로 줄었나 보다. 그리고 무어의 법칙이 맞다면 세대 간격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세대 간의 단절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인간의 평균수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 과장된 것일까.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였던 영국조차 평균 수명이 40세도 채 안 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90세에 육박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지 모르지만 21세기 끝 무렵에는 500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도 있다. 기술, 특히 디지털 기술은 우리 주위의 많은 것을 지수함수의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의 삶 자체를 포함해서 말이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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