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반환 도서는 1965년 한일문화재협정에 따라 1432점이 귀환한 이래 최대 규모다. 조선왕실의궤류가 81종 167책을 차지하고, 기타 규장각 도서가 66종 938책에 이른다. 증보문헌비고, 대전회통도 있다. 특이한 점은 의궤류를 제외한 나머지 도서가 모두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 반출품이라는 것이다. 한일관계 조사가 반출 목적이었다고 한다. 도서 가운데 무신사적(戊申事績),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 등은 유일본이어서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왕실의궤의 존재는 국내 서지학자들이 처음 확인했다. 이들은 2001년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 고문서 목록을 발간해 의궤의 존재를 알렸다. 돌려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봉선사 혜문 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이 환수운동에 적극 나섰다. 반환되는 왕실의궤류 중 절반 정도는 강원도 월정사가 관리하던 오대산 사고(史庫) 소장본이었다. 2006년 의궤 환수위원회가 발족한 데 이어 국회의 두 차례에 걸친 반환 결의가 있었다. 결국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지난해 한일병합 100년 담화에서 도서 인도를 약속하고, 한일 정상이 도서협정을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조선왕실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반환이 완료되면 우리 문화유산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전시회 등을 마련했으면 한다. 국보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일이다. 우리 문화재 반환의 물꼬가 트인 만큼 일본 정부뿐 아니라 민간으로 흘러들어간 유물까지 돌아오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마침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도 국내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우리 문화재 환수를 계기로 일본, 프랑스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으면 한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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