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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마음은 언제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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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4-20 20:43:55 수정 : 2012-04-20 20: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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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일 뿐 굴레가 아니다
멋지고 즐거운 노년의 삶 즐겨야
노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 제 마음대로 흘러가 버리는 시간이라는 독재자를 막을 방도는 없다. 수십 년간 지구중력과 대치 상태로 버텨온 피부가 주름살을 만들지 않을 도리도 없다. 세월과 함께 들어가는 나이라는 물리적 숫자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제 개인적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또는 노령화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2000년에 이미 7.1%가 됐다고 한다. 이제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박범신 원작의 영화 ‘은교’에서는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는 대사가 있다. 사실 노인들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나이 든 사람이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어릴적 당시로 돌아간 듯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나이는 남이 알고 거울이 알지만 자신만은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그러나 나이 들었다고 노인의 삶에 안주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노년을 즐겁게 보내는 사람도 많다.

‘로큰롤 인생’(원제 ‘Young@Heart’)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미국의 로큰롤 밴드는 73세부터 93세까지의 할머니 할아버지로 구성돼 있다. 이 영화는 로큰롤 밴드답게 라디오 헤드, 콜드플레이, 롤링 스톤스 등의 곡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공연하는 노인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연습하는 과정부터 공연, 무대 뒷얘기까지 그들의 건강 상태와 공연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로큰롤 리듬을 익히는 일도 가사를 따라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암과 심장병 등 그들의 건강이 방해꾼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산소호흡기를 코에 끼고 산소통을 무대에 들고 앉아서 공연할망정 병과 많은 나이가 그들의 열정을 잠재울 수는 없다. 교도소와 유럽을 비롯한 해외 공연 등에서도 그들의 진심과 열정이 전해져 많은 사람은 감동의 눈물과 환호를 보낸다. 중요 멤버들이 공연을 준비하던 중 하나둘 명을 다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남은 멤버들은 연습과 공연에 최선을 다하며 슬픔을 극복한다.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젊음을 유지해 가게 하는 비결이다.

노년이 되면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한 나머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새 일을 시작하기 두려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노년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가 성찰해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취미나 봉사 등으로 타인과의 즐거운 교류를 자주 갖고, 무엇보다 자존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귀도 열고 마음도 열어 스스로를 고양시킴으로써 자존감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화생활을 통해 마음속의 옹달샘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인을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들도 한때 젊은 시절이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재도 그들의 마음 안에 젊은이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또한 청소년이 모두 같지 않듯이 노년도 모두 같지 않은데도 이에 대한 담론과 인식은 일반화된 것이 많다. 노인담론 역시 일반화를 벗어나 각 계층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노년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멋지고 즐거운 노년의 삶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를 보다 밝고 건전하게 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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