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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구호만으론 안보 못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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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24 20:14:07 수정 : 2012-08-24 2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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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함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에 출현했다. 지대공 미사일도 공원 한편에 배치됐다. 시내 곳곳에는 1만7000명에 이르는 군 병력이 주둔했다. 관련 소요 예산이 9700억원이라는 기사도 눈에 띈다. 흡사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실제로 전개됐다. 얼마 전 지구촌의 시선이 집중됐던 런던올림픽의 다른 모습이다.

이민룡 숙명여대 안보학연구소장
올림픽은 언제부터인가 주최국의 안보태세를 가늠할 수 있는 ‘안보올림픽’이 됐다. 안보와 치안에서 안심할 수 있는 국가만이 올림픽을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올림픽만이 아니다. 우리도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당시 교통통제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우리 시민도 불편을 감수하고 적극 호응해 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외 조건은 국제행사를 유치할 경쟁력 측면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모험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북한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미사일 발사 시험 등 도발행태는 갈수록 그 기세를 더하고 있다. 비록 북한 내부의 급변 사태와 도발에 의한 한반도 위기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평가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말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을 높게 평가했음에도 북한 관련 불확실성으로 신용등급을 높이지 않았다.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오를 경우 약 5억달러의 자금조달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울 따름이다.

김정은으로 권력이 승계된 이후 최근 북한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점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국가정책 변화를 체제와 전략의 변화로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혹여 그것을 혼동하는 전문가의 견해에 우리 국민의 중심 사고가 흔들려서도 안 될 것이다. 여기에다 갈수록 예민해지는 주변 강대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리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국방분야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1980년대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1994년 이후 2%대에 머물러 있다. 주요 분쟁국인 이스라엘의 6.5%는 물론 상대적으로 안보위협이 낮은 싱가포르의 4.3%보다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복지·교육 분야에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이 분야의 예산 증가율은 국방 분야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무작정 국방예산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당국도 국방예산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등 역량을 키워 나가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방위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와 기술적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인 만큼 안보기재를 공급하는 역할에 더해 국가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도록 한국적 풍토에 맞는 체제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도 정작 두 차례 세계대전 기간에는 개최하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국가안보는 구호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고 냉엄한 현실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민룡 숙명여대 안보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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