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오후 세계일보와의 단독 면담 당시 강 회장은 거취와 관련,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러나 표정과 말투에선 마음을 비운 듯한 낌새가 역력했다. 이미 권력 핵심에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음이 이날 사의 공개로 확인됐다. 강 회장은 “사의표명 사실을 언제 공개할까 고민하고 있었다”고 이 언론에 밝혔다.
공개 시기가 이날 밤이 된 것은 세계일보 면담 중 박근혜 리더십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낸 것이 기사화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강 회장은 박근혜정부의 잇단 인사 실패와 관련, “결국 박근혜 리더십 문제 아니겠느냐”는 기자의 말에 “옛날엔 그게 통했지만…”이라고 지나가듯 말했다. 이게 27일자 세계일보에 보도되고 인터넷매체 등에서 이를 인용해 “비아냥댔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면서 하루 종일 심적 부담감에 괴로워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강 회장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기사화되고 인터넷공간에서 부풀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사의 공개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의 사의 결심엔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결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공공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강 회장 퇴진으로 임기가 1년 남은 이팔성 회장, 3개월여 남은 어윤대 회장도 곧 거취 결정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도 새 정부 출범 전후 강 회장처럼 “아직 할 일이 많다”며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향 대표를 맡기도 했다.
역시 고려대 동문인 어 회장은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는 등 이명박정부에서 승승장구했으나 최근 ISS 보고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아울러 이명박정부 때 임명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도 강 회장 사의를 계기로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