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포인트’에서 베트남전의 공포와 인간의 광기에 주목했던 공수창 감독이 군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GP506’은 비무장지대 안 최전방 경계초소 GP(Guard Post)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전작에서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공 감독은 이번에는 가장 폐쇄적인 공간인 군대를 소재로 색다른 수사극을 만들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모 부대 506 GP에서 1명을 제외한 소대원 전원이 몰살된다. 이에 노련한 수사관 노 원사(천호진)와 수색대가 투입되고, 군 수뇌부는 노 원사에게 육군 참모총장의 아들인 GP장 유 중위(조현재)의 시신을 찾아오라고 명령한다. 이들은 미로 같은 GP를 수색하던 중 죽은 줄 알았던 유 중위를 발견한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그는 본대 복귀만을 요구하며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그사이 폭우로 길이 끊기며 수색대는 GP에 고립된다.
‘GP506’은 비교적 잘 짜인 미스터리극이다. 전개가 치밀하고 구성이 촘촘하다. 노 원사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에 몰입할 수 있다. 결말의 아이러니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지막 세면장 총격 신은 단순한 액션 장면을 뛰어넘는 리얼리티와 진정성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영화는 여느 스릴러와 달리 반전이나 충격요법에 집착하지 않는다. “군대로 상징되는 ‘억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말처럼 감독은 군대의 본질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그것은 바로 실체 없는 공포이자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일깨우는 바이러스다.
따라서 감독은 군인들이 ‘왜 죽었는지’ 속시원히 밝히지 않는다. 대신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하는 젊은이들의 절망에 초점을 맞춘다. ‘우주전쟁’ ‘클로버필드’ 등 일련의 할리우드물처럼 원인 자체보다 현상과 결과에 주목한 것. 결국 ‘GP’라는 공간은 분단체제와 거기서 파생된 공포의 총체다.
아쉬운 점은 병영 생활의 디테일이 부족해 군대 자체에 대한 비판의식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 영화를 만들려고 단지 공간만 빌려온 느낌이 크다. 장르적 만듦새가 ‘알 포인트’만 못한 것도 흠이다. 전작의 신선한 충격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GP506’이 다소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3일 개봉.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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