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이자 국가해양국장(장관급)인 류츠구이(劉賜貴)는 지난 3일 관영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류츠구이는 감시선 및 항공기의 정기 순항 해역에 대해 “북쪽으로 압록강 하구, 동으로는 오키나와 해구(海溝), 남으로는 난사군도(南沙群島) 쩡무안사(曾母暗沙·제임스 사주)에 이르며, 이어도와 댜오위다오, 중사군도(中沙群島)의 황옌자오(黃巖礁) 및 난사군도의 제도가 중국의 전체 관할 해역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이 이어도에 과학기지를 설립하고 해양 조사 및 연구 활동을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교통상부는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 보도에 대해 12일 중국 측에 공식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보도된 발언이 사실인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등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 실무자를 불러 확인할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대응 여부와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 당국자의 발언 배경과 의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해양법상 이어도는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해안선에서 370㎞ 이내의 경제주권이 인정되는 수역)에 속하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 “우리는 이 같은 입장을 중국 외교부에 기회 있을 때마다 수시로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2003년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웠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EEZ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 행동이라면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중국은 2007년 12월에도 국가해양국 산하기구 사이트를 통해 이어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으며, 지난해에는 자국의 EEZ를 침범했다며 이어도 인근에서 인양작업을 하던 한국 선박에 작업중단을 요구한 적이 있다.
한국 정부는 “이어도는 지리적으로 우리 측에 더 근접해 있으므로 EEZ 경계획정 이전이라도 명백히 우리의 EEZ 내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해안선 길이나 배후 인구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1996년 이후 매년 양국 사이에는 EEZ 경계획정 회담이 열리고 있으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당국자의 이번 발언에는 한·중 관계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가뜩이나 탈북자 문제로 불편한 양국이 갈등을 더 확대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억 기자,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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