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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체 스터디 그룹’은 사절합니다!

입력 : 2011-02-08 16:09:22 수정 : 2011-02-08 1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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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자리 차지하고 공부…강남·종로 카페들 ‘속앓이’ 7일 오전 11시쯤 영어학원이 몰려있는 지하철 2호선 서울 강남역 인근 A커피전문점. 대학생 10여명이 우르르 몰려와 자리 잡더니 토익책을 꺼내 영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커피를 바로 주문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30여분이 지나서야 한 학생이 가게에서 가장 가격이 싼 36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이후 이들은 문제를 서로 큰소리로 물어보며 토의하더니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자리를 떴다.

영어 학원이 밀집된 지역의 커피전문점들이 주문도 하지 않은 채 장시간 자리만 차지하는 ‘스터디 그룹’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차지하는 데다 시끄럽게 떠드는 일도 많아서다. 이들을 아예 매장에 들이지 않거나 주문을 강제하려니 안 좋은 소문만 날 것 같아 끙끙거리고 있다.

이날 오후 1시쯤 강남역 인근 다른 카페에도 학생 4∼5명이 무리지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매장 내 테이블을 멋대로 옮겨 공간을 만들더니 영어 공부에 몰두했다. 역시 커피를 주문하는 학생은 없었다. 매장 출입문에 나붙은 ‘스터디그룹 고객은 정중히 사절합니다’란 안내문(사진)을 무색케 하는 장면이었다.

1시간가량 지나 참다 못한 매장 직원이 나섰다. 직원은 “주문을 해달라”고 재촉했다. 학생들은 ‘무슨 이런 매장이 있느냐’는 표정을 짓더니 “곧 나가겠다”고 대꾸하고서는 30분 뒤에야 자리를 떴다.

각종 입시 및 영어 학원이 있는 종로의 커피전문점들 사정도 강남과 비슷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주변에 있는 10여개의 카페는 스터디 그룹 학생들로 북적였다. 음료 주문도 없이 자리를 차지한 스터디그룹 학생 6명은 한 술 더 떠 ‘외부음식 반입금지’라는 문구를 무시한 채 미리 사간 김밥을 먹기도 했다.

매장 한 직원은 “홀 청소도 더 자주하며 눈치를 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안내문까지 붙여봤지만 크게 효과도 없어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하는 한 학생은 “공부할 공간은 금방 예약이 끝나 버리고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도서관으로 가기에도 여의치 않아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일부 커피전문점은 음료값을 내주면서 스터디 그룹을 내보내기까지 하고 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음료 한 잔 시켜놓고 몇 시간씩 시끄럽게 하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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