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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해킹, 내가 北서 가르친 수법”

입력 : 2011-05-09 18:20:24 수정 : 2011-05-09 18: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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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총국 112국 대부분 제자‘정보전사’ 소행 가능성 높아
최근 사이버전 전력 더 강화
“농협 전산망 해킹은 과거 제가 북한에서 가르쳤던 제자(해커)들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흥광(사진)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농협 해킹 사건이 북한에서는 ‘정보전사’라고 불리는 해커들의 소행일 개연성이 매우 크다”며 3일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2003년 탈북하기 전까지 함흥컴퓨터기술대학과 함흥공산대학 등에서 정보전사들을 양성했으며, 현재 탈북자 사이에서 최고의 컴퓨터 실력자로 꼽힌다.

김 대표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121국 정보전사 상당수가 자신의 제자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가르친 함흥공산대학 학생들이 121국에 들어가 정보전사로 활약하고 있다”면서 “2009년과 올해 3월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모두 예전에 내가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기법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IP(인터넷 프로토콜)를 이용한 접근 방식도 내가 과거 학생들에게 전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제자들이 대거 포진한 정찰총국 121국은 북한의 대표적인 사이버전 부대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당 작전부 소속 기초자료조사실이라는 또 다른 정보전 집단이 있지만 이 조직은 정보·자료 수집을 주 임무로 하고 전산망 마비 등과 같은 대남 사이버 공격 임무는 121국이 맡는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최근 국내 주요 기관 전산망이 연거푸 뚫린 데서 보듯이 북한은 최근 사이버전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군은 정보전사들이 소속된 ‘121소’를 2010년 ‘121국’으로 승격하는 등 해커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면서 “정보전사의 규모도 2003년에는 500∼600명 수준이었으나 최근 121국 승격 이후 약 10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60년 함흥에서 태어나 1984년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함흥컴퓨터기술대학에서 9년 동안 컴퓨터를 가르쳤고, 1994년부터 탈북 직전까지 함흥공산대학 컴퓨터강좌장(학과장)을 지냈다.

함흥공산대학에서 외국도서와 한국드라마 동영상 등 밀수품을 단속하는 조직에서 기밀자료 관리를 맡았던 김 대표는 회수물품 일부를 지인에게 빌려줬다가 적발돼 집단농장으로 쫓겨나면서 탈북을 결심했다. 2003년 10월 두만강 인근 국경을 넘은 뒤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들어왔다. 2008년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 출범을 주도했다.

NK지식인연대에는 과학과 수학, 철학 등 다양한 전공의 지식인 2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북한 해커의 요람인 121국이 소속된 정찰총국은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한다. 2009년 2월 조선노동당 소속의 작전부(침투공작원 호송·안내 담당)와 35호실(해외·대남 정보수집담당), 인민무력부(남한의 국방부에 해당) 산하의 정찰국이 통폐합돼 정찰총국이 신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민무력부 소속으로, 주요 현안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도 정찰총국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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