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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소설집 '그린 핑거' 펴낸 김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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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고 속물적인 사랑이야기… 여성의 자의식에 관한 소설"
◇소설가 김윤영씨는 “사력을 다했다곤 말할 수 없지만 난 전력을 다해 글을 쓴다고 중얼거려본 적이 있다”면서 소설에 대한 강한 애착을 표현했다.
김윤영(37)씨가 소설집 ‘그린 핑거’(창비)를 펴냈다. 인간 군상의 물신적 행태를 폭로한 첫 소설집 ‘루이비똥’(2002), 일상의 탈주와 변화를 다룬 소설집 ‘타잔’(2006)에 이은 세 번째 소설집이다. 감각적인 구어체, 촘촘한 구성은 이번 작품집에서 연작 형식과 어우러져 단편과 장편의 매력을 모두 획득한다.

수록된 단편 7편은 ‘겉모습은 우리를 기만한다’를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각 작품에선 여린 여자의 가슴에 감춰진 핏빛 증오, 꽃미남 외모에 가려진 병적 심리, 애교로 위장된 속물 근성이 섬뜩하게 드러난다. 이 섬뜩한 감정이 김윤영 소설을 읽는 스릴이고, 세상의 진실을 보게 하는 자극이다. 이번 소설집은 표제작과 ‘전망 좋은 집’을 빼면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이라는 연작으로 묶인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한 시리즈로, 3번째 작품 ‘Heartbreaking Love’는 올 ‘이효석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표제작은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 연민의 대상인 장애 여성을 악녀로 처리한 결말이 강렬하다. 작중 화자 순희는 선천적 언청이다. 가난했던 어머니가 임신 중 약을 복용한 탓에 기형을 짊어지게 됐다. 집념 어린 성형수술 끝에 그녀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새 삶을 찾는다. 건실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이름도 순희에서 써니로 바뀐다. 써니는 그림 같은 정원을 가꾸며 우아하게 사는 듯 보이지만, 세상에 대한 원망과 피해의식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을 놀린 세탁소 집 딸에게 살인미수와 다름없는 복수를 감행한 적이 있다. 캐나다에서도 ‘언청이’ 운운한 희주 엄마의 스카프를 땅에 파묻어버린다.

남편이 기형의 유전을 우려해 아이 갖기를 거부한다고 생각한 써니는 남편을 살해한다. 살인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남편의 살점이 토마토밭 퇴비로 쓰였음을 암시하는 장면, 실하게 여문 토마토, “그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써니의 태연한 독백은 어느 잔혹극보다 충격적이다.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연작은 큰 그림을 다섯 조각으로 나누었다. 각 연작은 연애와 결혼에 임하는 여성들의 비밀스러운 심리를 공통으로 노출한다. 지은은 “남자를 바꾸는 건 오일 교환과 같다”고 생각하고, 민정은 약혼자의 강박증에 몸서리치지만 번듯한 외모와 재력 때문에 망설인다. 민주는 한 남자의 세련된 외형에 감춰진 추악한 모습을 발견하고서도 고집스럽게 연모의 감정을 품는다.

연작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동일한 행위, 연애가 관점에 따라 판이한 색깔을 띠도록 한 구성이 흥미롭다. 민정의 약혼자 우인은 2편에서 자신의 장기 및 골수를 습관처럼 기증하는 편집광적 인물로 나온다. 3편에서는 우인의 행위가 자신의 몸으로 직접 생명을 구하려는 의대생의 순수성에서 비롯됐음이 밝혀진다.

김씨는 작가의 말에서 “‘이번 책은 연애소설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그저 애매하게 웃어넘겨야 할지 모른다”면서 “사랑이야기는 맞는데…, 여성의 자의식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하며 여운을 남겼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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