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몸에 딱 붙는 옷과 향수, 수컷 공작처럼 화려하게 다듬은 머리. 토요일이면 일본 번화가로 쏟아져나오는 남성들의 모습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취업·결혼보단 ‘완벽한 외모’를 가꾸는 데 열중하는 여성화된 남성을 일컫는 ‘초식성 남성’이 일본에서 사회현상으로 떠올랐다고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초식성 남성’은 여성만큼이나 화장품과 옷에 많은 돈을 쓰고 어머니와 함께 살며 화장실에서는 앉아서 소변을 본다. 화장실 용품 제조업체 마츠시타 일렉트릭이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성인남성 40%가 화장실에서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하나의 문화전문용어로 자리잡은 ‘초식성 남성’은 헤어, 메이크업, 패션 악세사리 등에서 소비 주도층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남성들도 있다. 도쿄의 속옷회사 위시룸은 남성용 브래지어를 팔기 시작했는데, 이중 약 5000개는 기성세대인 중년남성들에게 팔려나갔다. 위시룸 대표 마사유키 츠시야는 “우리 고객들은 브래지어를 입으면 차분해지고 긴장이 풀리며 기운이 나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공적 커리어나 전통적 의미의 데이트, 결혼 등에는 관심이 없으며 일할때도 경쟁적·헌신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초식성 남성’은 사납고 완고한 전사와 일중독 샐러리맨으로 대표되는 20세기 일본 남성에서 한참 동떨어진 셈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선 “일본 남성이 채식주의자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나온 베스트셀러 ‘초식성의 여성스러운 남성이 일본을 바꾼다’의 저자 메구미 우시쿠보는 20∼34세 일본 남성의 약 3분의 2가 부분적이거나 완전히 채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디펜던트는 일본 남성의 여성화가 경제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엘리트 교육제도는 점차 기능을 잃고 있으며 빈곤은 증가하고 있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상대적 빈곤도는 선진국 중 2번째로 높았다. 일본 노동인구의 3분의 1은 임시직·파트타임으로 고용됐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백만명의 젊은이가 ‘부모에 기생하는 싱글’로 살고 있고, 결혼한 부부들도 대부분 맞벌이를 당연시하게 됐다. 전통적 성역할 구분이 힘을 잃고 있는 셈이다.

 일본 사회학자 유코 카와니시는 이에 대해 “일본 남성은 오랫동안 마초에 성차별적이고 아내를 무시해왔다”며 “이들이 여성적인 특징을 발견하고 협동심을 기르는 건 좋은 일 아니냐”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깜찍하게'
  • 박보영 '깜찍하게'
  • 장희령 '청순 매력'
  • 에스파 카리나 '반가운 손인사'
  • 아이브 안유진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