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검색어 관련 실시간 수집…불법사찰 악용 소지 국무총리실이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동영상을 빌미로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사건과 관련해 ‘사이버 검열’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정인 블로그를 꼭 집어 사찰한 배경에는 정부가 인터넷 동호회, 블로그 등을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감시해온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각 부처와 주요 대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전문업체를 통해 광범위한 인터넷 모니터링 또는 감시 체제를 구축·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감시 대상 인터넷 게시판 수가 4만2000개에 달하고 언론·기자 동향까지 분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IT(정보기술)업계에선 한국모니터링, 유보트아이엔씨, 파인템 등 3∼4개 전문업체가 정부 주요 부처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정보 분석 시스템’ 등으로도 불리는 이 모니터링 시스템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포털·웹·게시판·블로그·카페 등에서 발생하는 정보 가운데 특정 검색어를 포함하는 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한다.
각 업체 내부 자료와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05년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정부 기관은 청와대(참여정부), 외교통상부, 부패방지위원회, 옛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옛 국정홍보처(현 국무총리실), 서울특별시, 관세청, 서울지방경찰청, 관세청 등이 있다. 이들 공공기관 상당수는 지금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많거나 여론에 민감한 대기업들도 대부분 이러한 대외정보 관리 시스템 또는 위기정보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구축된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1만8000명에 달하는 언론인 데이터베이스를 내장해 출입기자와 주요 언론인의 기초 정보 및 특정 이력, 기자와 소속 언론사의 기사 내용 및 성향을 통계적으로 분석·제공하는 ‘프레스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란 기자 관리 기능이 포함되기도 했다.
가장 많이 보급된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의 검색 대상에는 국내외 언론사와 정부 공공기관, 소비자보호원·YMCA·YWCA 등 민간 소비자단체, 세티즌·AV코리아 등 전문 커뮤니티, 각종 안티커뮤니티, 다음 아고라, 네이버 지식IN 등이 포함돼 그 규모가 사이트 4500개, 게시판 4만2000개에 달했다. 회원들에게만 글이 공개된 동호회에는 회원 가입 후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까지 감시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설령 공개된 공간에 개인이 글을 올리더라도 이를 무제한 공개한 것은 아니고, 정부가 이를 수집·배포하는 것은 불법 사찰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성준·김재홍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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