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누군가를 초대하고 또 초청받는다는 것은 서로 간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빛나는 눈으로 인생을 사랑하는 당신을 초대한다./ …행복한 당신, 눈물짓는 당신을 또한 나는 초대한다.”라는 신달자의 시 ‘겨울초대장’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더욱이 상업성을 벗은, 사적 공간인 개인의 집에서 주인과 손님이 마주보며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에는 사람의 온기마저 느껴지는 것이다.
미국을 방문하는 각국 국가지도자들 중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 초대받은 사람은 특히 환대받은 축에 든다. 의전예규에 따른 백악관에서의 정중한 회담보다 자연 속에서 속을 털어놓고 믿음을 확인하는 대화가 더 큰 결실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기에 좋은 인연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서로 진솔해야 한다. 한 자락 까는 ‘복선 대화’는 백 번을 만나도 공허할 뿐이다. 고추잠자리가 된장잠자리와 꼬랑지 서로 달고 짝짓기하지 못한 채 맴맴 허공만 돌듯!
그래서 독일의 실존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겉사람과 겉사람끼리의 피상적 만남이 아닌 인격과 인격, 곧 ‘영혼의 만남’을 강조했나 보다. 진실한 벗을 만나는 기쁨은 공자도 마찬가지였다.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而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했지 않는가. 여기서 벗은 뜻이 맞는 선한 인연을 말한다. 이처럼 마음에 기쁨과 즐거움, 곧 열락(悅樂)이 있는 만남의 자리에서는 소찬이라도 음식이 맛있다. 오히려 끼니를 잊을 정도로 밤늦게까지 나란히 팔을 베고 누워 열중하는 대화에 인생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주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문화 격차’를 가장 많이 느끼는 분야가 음식과 식사 초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손님을 주로 집으로 초대(52%)하는 데 비해 한국인들은 90%가 고급식당에서 접대한다는 조사 결과다. 외국인들은 으리으리한 고급식당에서 술과 산해진미가 아닌, 그 집의 가풍과 한국적 가정문화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새삼 민족간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된다.
황종택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채연 '깜찍하게'
  • 이채연 '깜찍하게'
  • 나띠 ‘청순&섹시’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
  • 스테이씨 수민 '하트 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