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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병역 이행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필요하다

입력 : 2007-06-19 11:58:00 수정 : 2007-06-19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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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고 6일은 제52회 현충일이었다.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전우들의 명복을 빌었다. 우리나라는 5000년 역사에 970회 외적의 침략을 받았다. 물론 우리나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면도 있지만 우리 국민 스스로 국방의 의지가 박약했던 면도 있다. 그 역사적인 면을 살펴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근본적인 원인은 병역제도의 문란 때문이었다. 조선 초기에는 국민개병제에 따라 16세부터 60세까지 남자는 정규군과 정규군에게 경제적인 보조를 하는 보인(保人)으로 편성했다. 그리고 병역면제자는 60세 이상과 불치병자, 장애인, 병든 부모와 90세 이상 부모를 모시는 아들뿐이었다.
그러나 규정이 이러한데도 병역담당 관리들과 결탁해서 사대부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병역에서 빠졌다. 그리고 관직에 종사하는 동안은 병역이 면제되었고 성균관·사학·향교의 학생도 면제됐다. 상황이 이러니 전란이 발생했을 때 국방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부산에서 한양으로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언론보도로는 가수 ‘싸이’가 병역특례 비리 문제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장관급인 K모 위원장의 아들도 유사한 일이 검찰에 적발됐다고 한다. 또한 검찰에서 병역특례업체 200여곳의 비리 여부를 조사한다고 한다. 왜 우리나라는 국가 존립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국방 문제에서 그 기저가 흔들리는 병역 비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가.
월남전 당시 정·재계의 실력자였던 K씨가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고 미국에 유학을 보냈다. 이 사실을 안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진노해서 K씨가 아들을 귀국시켜 군 입대 후 월남전에 참전한 일이 있다. 국군통수권자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예를 본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과거에 미 해군 조종사로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비행기 추락으로 월맹군에 포로가 됐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는 주월 미군과 아시아지역 미군을 지휘하는 미 태평양지구사령관이었다. 그래서인지 월맹에서는 그를 석방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매케인은 “국제법에 포로는 사로잡힌 순서로 석방하게 돼 있는데 내가 먼저 석방될 수 없다. 사로잡힌 동료들과 같이 석방되겠다”면서 조기석방을 거절했다. 그래서 포로생활 5년 만에 석방된 사람이다. 참으로 미국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발휘한 사람이다. 그는 현재 미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튼튼한 국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에 대한 솔선수범 정신을 고양토록 하여 국민개병원칙을 관철토록 해야 하고 둘째, 병역 비리 범죄 연루자는 가중처벌은 물론 공직 취임을 제한해야 하며 셋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군통수권자가 병역 문제에는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호국정신의 발로는 우리 국민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국가는 몸을 바치지 않고는 지킬 수 없다는 사고가 체득되도록 해야 한다.
조성국 경민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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