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서울 시내 한 고교에서 당시 3학년인 박 씨를 담임 지도했던 신모 교사는 9일 "공부를 잘하거나 튀는 학생이 전혀 아니었다. (그가 `미네르바'였다니) 도저히 못 믿겠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서울의 다른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그는 "당시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신당동 떡볶이촌도 가고 당구를 치기도 했는데 워낙 조용해서 그랬는지 그 학생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이어 "내가 가르친 학생이 (검찰에 검거된) 상황에 처하게 돼 마음이 짠하다.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고교 동창생도 `보통 학생'으로 박 씨를 회상했다.
박 씨와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는 회사원 강모 씨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친구였고 그렇다고 `왕따'도 아니었다. 딱히 별명도 없었던 그냥 보통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특별한 기억은 없다. 졸업 후 대학에 진학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고 이후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친한 애들 몇 명과 가끔 모임을 하는데 그 친구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씨가 살던 서대문구 창천동 주민들도 조용한 성품의 청년인 박 씨가 경제위기와 관련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에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빌라 이웃 김모(85) 씨는 "건설 쪽 일을 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검거됐다는 소식에 많이 놀랐다"며 "말수는 적었지만 부탁을 하면 친절하게 곧잘 도와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흘 전 화장실 전기가 고장나서 손 봐주러 왔었다"면서 박씨의 근황을 소개했다.
장모(80.여) 씨는 "물건을 사기 위해 집밖으로 가끔 한번씩 나올 뿐 집에서만 지냈다. 반찬 등도 택배로 시켜 집 앞에 택배 상자가 수북했다"며 박씨가 `은둔형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주민은 "우리 동네에 미네르바가 살았다는 사실을 듣고 많이 놀랐다"면서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자유지만 수위 조절을 해야 했다"며 나름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 씨는 작년 12월29일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전격 체포돼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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