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시위 가담자가 사망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 2005년 11월 여의도에서 열린 `쌀 협상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했던 농민 전용철 씨가 사망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했고 허준영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었다.
이듬해 2006년 7월에는 포항에서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 농성과 관련해 포항 시내 집회에 참석했던 조합원 하중근 씨가 사망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고 현재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날 서울 용산에서 발생한 철거민 사망 사건은 시위자들이 인화성 물질인 시너병을 수십 개나 쌓아놓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저항하는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병력을 투입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또 경찰이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면 지난 주말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돼 임명 절차를 밟고 있는 김석기 서울청장이 책임론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재 경찰 최고 책임자는 현직 경찰청장인 어청수 청장이지만 그는 이미 사의를 표명하고 사실상 현직에서 발을 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농성 진압에 투입된 경찰특공대가 서울지방경찰청 직할 부대라는 점에서 김 서울청장이 비판 여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점거 농성 현장을 진압하는데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이유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김 서울청장의 경찰청장 임명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서울청장은 작년 7월 서울청장으로 부임한 이후 최루액을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촛불 수배자를 검거한 경찰관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강경 대응한 것으로 알려져, 일찌감치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인사청문회에서의 날 선 공방을 예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서울청장이 인사청문회는커녕 당장 서울경찰청장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초유의 집단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데 현 치안총수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봐야 아는 것 아니냐"며 언급을 자제했지만 당황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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