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 피해 우려로 조기진압 돌입" 재개발 이주비 등을 둘러싸고 점거 농성 중이던 서울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농성자 등 6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 경찰 특공대 투입은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치안감)은 20일 오후 용산경찰서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19일 오후 7시 김석기 청장과 차장, 기능별 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책회의에서 특공대 투입을 청장이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또 특공대 투입을 처음 건의한 인물은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저녁 회의에 앞서 낮 12시30분에는 나와 기동본부장, 용산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차 현장대책회의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용산서장이 특공대 투입을 요청했다"며 "청장이 회의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추후 이를 청장께 보고하고 건의해서 투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특공대는 일반 경찰관보다 고도로 훈련됐다.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능히 지혜롭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도심지였고 하루종일 화염병을 투척하고 있어서 일반 시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특공대를 투입했다"고 조기 진압작전 개시 이유를 밝혔다.
또 "조기 작전개시를 하려면 폭력성과 위험성을 많이 보는데 예전에 없던 화염병이 난무하고 새총으로 골프공 등을 무작위로 투척한 점으로 미뤄 시내 중심에서 `테러'라고 할 만큼 과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날씨가 춥고 어두운 상황에서 진압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단체가 몰려 농성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출근 차량이 적게 다니는 아침 일찍 시작했고 어둠이 걷히는 여명 시기를 택해 조명차를 최대한 동원했다"고 답했다.
김 차장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에 대해서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너 70여통이 있었는지 사전에 파악했는지에 대해 "하얀 통이 있기는 했지만 그게 시너인지는 몰랐다"고 말했고, 위험물질이 소모된 뒤 진압에 들어가도 늦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현장에서 예측은 했지만 시너를 자신들에게 뿌리는 등 자살행위까지 할 줄은 예상 못했다"고 했다.
그는 "소방당국과 충분히 협의를 거쳤고 특공대원들에게도 소방대책 및 안전에 대한 교육을 시켰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충분히 대책을 세웠는데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좀더 진상을 파악해보겠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김 차장은 또 `경찰이 용접기와 쇠파이프를 들고 진압했다', `용역철거반원들이 경찰 투입 소식에 뒤로 빠졌는데 서로 합의했다', `용역들이 철거민들이 빠져나오려는 것을 방해했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한결같이 일축하면서 만약 확인되면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연행자와 관련해선 "마포서 9명, 동작서 10명, 용산서 9명 등 총 28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7명이 재개발지역 세입자인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외지인"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특공대 신윤철 1제대장(경감)은 망루 화재에 대해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시너를 뿌려서 진입을 시도했다"며 "망루 1층 바닥에 발목까지 물이 고여 있었는데 물 위에 떠 있던 시너가 화염병에 의해 발화된 것으로 보인다. 어두웠는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고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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