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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90돌… 반민특위 후손의 ‘안타까운 외침’

입력 : 2009-03-02 10:03:00 수정 : 2009-03-02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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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노일환 의원 조카 노시선씨 "항일정신·친일 청산 뜻 되살려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검찰부 차장 노일환 의원의 조카 노시선씨가 지난달 27일 큰아버지에 대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90년 전 3월1일 우리 민족은 목숨 바쳐 일제에 저항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그렇고 그런 일’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죠. 친일청산 문제도 ‘그렇고 그런 일’이 되면 안 됩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만큼 지금이라도 해놓지 않으면 자손들이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 일제에 항거한 3·1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노시선(63)씨는 선조의 항일정신과 친일 청산의 뜻을 되살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해체된 지 60년이 되는 해라 그에게는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노씨의 큰아버지는 반민특위 검찰부 차장을 지낸 고 노일환 의원(한국민주당)이다. 노 의원은 친일인사 처단에 앞장섰으나 이른바 ‘국회 프락치 사건’으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반민특위도 해체됐다. 노씨의 아버지(노국환)도 중앙고보 재학 시절 민족정기 고취, 독립 쟁취를 목적으로 조직된 ‘독서회’에서 활동하다 옥고를 치렀다.

노씨는 2006년 은퇴 후 우리 현대사의 축소판인 아버지 형제의 역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사촌과 일가친척에게 수소문해 사진을 구하고 도서관·국회 등을 돌아다니며 백부의 국회발언록과 부친의 독서회 사건 관련 자료를 찾았다. 자료는 모두 친일인명사전 편찬작업 중인 민족문제연구소에 기증했다.

“후손에게 조상 얘기가 전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료가 없으면 역사는 묻혀 버립니다. 그래서 저부터라도 기록을 남겨두고 싶은 것입니다.”

노씨는 자료를 수집하며 백부와 부친의 애국정신을 더욱 되새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반민특위 활동이 무산된 상황을 얘기할 때에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나라가 불행한 상황에 이르면 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나라를 배신한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으면 같은 상황에서 배신자가 또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처벌 받으면 배신이 적어지겠지요.”

올해 8월 발간 예정인 친일인명사전은 그나마 그에게 위로가 된다. “친일 후손이나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부끄러움을 덮고 미화하여 후손들의 가치관을 교란하는 황당한 일을 막는 데에 이바지하리라 생각합니다.”

노씨는 반민특위 위원들 후손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 아들인 김정륙씨를 만나면서 이어진 모임이다. 지금은 3명뿐이지만 함께 모여 선열들의 뜻을 되새기고 있다. “선친과 백부의 삶을 통해서 ‘대세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로 굳은 지조’, 경개(耿介)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다”는 노씨는 “우리도 지금이 아닌 후세를 위해 역사 바로 세우기를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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