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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고도제한 '45m 족쇄'부터 풀어라"

입력 : 2009-04-02 10:13:49 수정 : 2009-04-02 10: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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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m 초고층 허용에 뿔난 성남 시민들
◇1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 한 저층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고도제한 즉각 완화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성남=남제현 기자
“성남은 버림받은 도시다.”

정부가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한 다음날인 1일 성남시에서 만난 시민들은 폭발 직전의 분노를 드러냈다. 시내 중심부로 들어서자 도로변 곳곳에 “재벌기업만 봐주고 100만 성남시민 버린 정부는 각성하라” 등 정부 결정을 비난하고 고도제한 완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경기도 교육감 선거 현수막보다 더 많이 붙어 있었다. 정부의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에 따른 후폭풍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하는 현지 모습이다.

수정구 태평 2동의 주택가. 다닥다닥 붙은 3층짜리(지하 포함) 단독주택들이 폭 6m도 채 안 되는 비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세입자까지 포함해 4722세대가 들어선 이곳은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된 곳으로, 성남시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지만 주민들과 사업 시행자 등이 최고 45m(약 1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한 고도제한이 풀리기만 기다려 설계도를 그릴 수 없을 정도로 사업 진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곳 주민 대부분은 66.116m²(약 20평)짜리 전·월세를 살고 있다. 월세는 보증금 150만∼200만원에 15만원 정도. 대부분 서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1969년부터 이곳에서 산다는 유모(70)씨는 “롯데월드만 사람 사는 데냐”며 “우리가 나라 뜯어먹고 살자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40년 동안이나 고도제한으로 묶어두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동네 주민인 김모(62)씨는 “5년 전 이 동네서 불이 났는데, 좁아터진 골목에 차까지 주차돼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큰 피해를 봤다”며 “여긴 자칫 누구 하나 실수해서 큰불이라도 한번 나면 모두 끝장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분당구를 제외한 성남시 구시가지 26개 동이 모두 태평2동처럼 서울공항 탓에 전술항공작전기지 구역에 포함돼 건축물의 고도를 제한받고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낙후된 곳이 많아 당장 도심 재개발을 비롯한 도시재생사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고도제한에 묶여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물 층수제한을 받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현 상태에서 개발에 들어가면 땅을 소유한 주민들의 추가 분담금이 많아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도제한이 완화되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리는 상태다.

태평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여기뿐 아니라 성남시에는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며 “재개발되면 조금이라도 좀 나아질까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은데, 고도제한 탓에 사업성이 없다는 얘기가 많아 사업이 잘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 구시가지 내 2208세대가 모여 있는 최대 아파트 단지인 신흥주공아파트 주민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은 지 20년이 지나 재건축 시한이 됐지만 고도제한 때문에 층수를 올리지 못한 채 닭장처럼 옆으로 길게 동을 확장해야 할 지경이다.

이 아파트에서 10년을 살았다는 고모(54)씨는 “어떻게 정부가 성남을 이렇게 만들 수가 있느냐”며 “성남시 전체 주민의 재산권이 걸렸는데, 비행장 하나 때문에 100만 시민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성남시는 이날 시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우리 시의 고도제한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채 제2롯데월드만 허용해 허탈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일개 기업에만 고도제한 완화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 논리에도 맞지 않고 40여년간 고통받고 인내한 100만 성남시민을 철저하게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성남시의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약 5조3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으며, 8만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이는 제2롯데월드의 고용창출 효과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성남=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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