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보고된 연구결과와 알약에 함유된 탈크의 양으로 미뤄 판단할 때 환자들이 약물 복용을 갑자기 중단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탈크, 알약 무게의 1%가량 함유 =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탈크는 알약을 찍어낼 때 기계에 약이 들러붙지 않게할 목적으로 사용되며 양은 대체로 알약 무게의 1% 미만이다. 약품의 성질에 따라 5-6%까지 쓰이는 경우도 있으나 매우 드물다.
탈크의 석면 오염정도가 2-5%라는 환경단체의 조사결과와 알약의 무게가 많게는 1천㎎인 점을 고려하면 큰 알약 1정당 많게는 0.2-0.5㎎의 석면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먹는물에 대한 해외 석면 기준이 약 7-30㎍/㎏(ppb, 10억분의 1)이하이므로 성인이 하루에 수분으로 섭취하는 양도 많게는 0.020-0.075㎎이 된다.
먹는물로 노출되는 석면의 양과 비교해 볼 때 알약을 통해서 노출되는 석면의 양은 해로운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식품.약품 중 석면 섭취 위험성 불확실 = 무엇보다 소화기를 통한 석면 노출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석면을 흡입하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과 달리 미량의 석면을 먹었을 때의 독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광산지역에서 지하수를 통해 석면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암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노출량이 매우 높았으며 동물실험에서는 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05년 12월 발표에 따르면 식수를 통한 석면 섭취가 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후생노동성은 "경구 섭취된 석면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는 없으며 식수에 대한 석면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환경청(EPA)은 보다 엄격한 시각에서 먹는물의 석면 기준을 7ppb이하로 설정했다.
◇환자들 약물복용 중단하는 것이 더 위험 =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 알약을 가끔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약물을 통한 석면 노출을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다.
문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매일 약을 먹는 만성질환자들이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이라 하더라도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임형준 교수는 "미량의 석면 노출에 따른 위험을 우려해 약물을 중단하면 만성질환자들이 더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석면 노출 우려로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즉 알약으로 인한 석면 노출 가능성이 낮고 매우 미량이어서 현재로서 그 위험성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약물중단으로 초래할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다만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이 시판 중이라면 의사의 상담을 거쳐 석면이 없는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문제의 탈크가 사용된 의약품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석면 함유 가능성이나 함유량이 낮아서 당장 판매금지 조치를 취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조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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